"부잣집과 양반집을 다 합해놓은 집이에요"
[문운주 기자]
▲ 칠산 대교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와 영광 염산면을 연결하는 1.82km의 교량. 칠산 타워가 있어 영광, 무안 일대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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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가 막박지다. 올해처럼 무덥고 긴 더위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겨우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던 시절도 있었다. 숲 속 도랑에서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혔다. 저녁에는 모깃불을 놓고 마루에 둘러앉아 수제비를 먹곤 했다. 초가 삼 칸 한옥에 살 때였다.
지난 4일 우봉 적거지 답사에 이어 영광 매간당 고택을 찾았다. 한옥에 살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여름 나기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 한옥의 공간 배치라든가 건축 방식이 궁금했다. 우리의 조상은 한옥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신안 지도에서 무안 도리포를 지나니 칠산 대교에 이른다. 50여 분 걸리던 도리포에서 영광 염산을 단 5분에 갈 수 있다. 한반도 지형 특성상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들이 형성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무안 도리포, 영광 향화도 등은 낯설다.
여행은 답사와 관광, 체험의 복합이다. 칠산타워 3층 전망대에 오르니 바다와 섬, 육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닥섬, 대각씨도, 소각씨도 등 섬들이 구름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다. 가족 단위 관광에 나선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띈다.
칠산대교를 지나 만곡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상지로다. 불갑천을 거쳐 영광 군남면 동간리 마을로 들어선다. 2차선 도로지만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오래된 소나무가 늘어서서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이 도열하고 있다.
▲ 연지 연꽃을 심어 조성한 연지. 매간당 고택은 조선 후기의 한옥으로 당시 조상의 생활 상을 엿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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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영광매간당 고택 사랑채로 원기둥을 사용하여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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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체 후정 사랑채나 안채는 따로 후정을 두어 쉼 공간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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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려하고 거창한 한옥을 본 적이 없어요, 전형적인 전라도 민가의 대표적인 고택이에요. 매간당 고택은 부잣집과 양반집의 두 가지를 다 합해놓은 집이에요."
동행한 교수님의 설명이다. 전국 한옥은 빼놓지 않고 답사했다는 그는 연신 감탄을 이어 간다. 경상도 한옥은 대부분 엄격한 규칙이 있는 반면 전라도 한옥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가 있다.
양반집은 소박하고 공간 배치 등 엄격한 규칙이 있다. 부잣집은 형식은 안 지키지만 부재를 화려하게 쓴다. 집이 풍성하고 화려하다. 한옥을 볼 때 양반집인가 부잣집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간당 고택은 두 가지를 갖췄다.
사랑채, 안채, 별채 등 규모도 거대하지만 각각의 편리성도 이에 못지않다. 사랑채에 딸린 내부 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현대식 건물이 아닌 한옥에 내부 화장실이라니 놀랍기보다는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사랑마당을 중심으로 사랑채·서당·마부집·연못 등을 배치했다. 중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서면 안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아래채가 자리 잡고 있다. 사당은 언덕 뒤편 약간 경사진 곳에 있다. 오른쪽으로 안채의 뒷마당과 통하게 되어있다.
▲ 화담 정문 담을 무늬와 색상으로 꾸며 아름답게 꾸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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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대문 입구에는 하마석(노둣돌)을 놓아 말이나 가마를 타고 내릴 때 이용했다. 담은 무늬와 색깔을 넣어 아름답게 쌓았다. 안채 후원은 장독대와 잔디를 심어 여인들의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채는 원기둥, 안채는 각기둥을 썼다.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고 안채는 기단을 높게 해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했다. 굴뚝은 층층이 기왓장과 흙을 번갈아 쌓았다. 실용성에 아름다움까지 곁들였다. 서당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연못을 만들었다.
이번 답사로 조선 후기 양반집의 규모와 배치 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건물·연못·담장 등도 잘 유지, 보존되고 있는 편이다. 다만, 보수로 인해 노출된 창호, 전선 등이 옥에 티라고 해야 할까.
▲ 백수 해안도로 영광 백수 해안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관광객이 많이ㅐ 찾는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노을길 명소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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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안 노을 영광 백수 해변의 석양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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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행한 교수님의 설명과 문화재청에 등재된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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