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보여준 가능성…지상파 공포 드라마 부활 신호탄 될까 [D:방송 뷰]

박정선 2023. 8. 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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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에서 공포 장르는 사실상 전멸했었다.

방송가에서 공포 드라마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공포물은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장르의 특성상 PPL 등 간접광고의 효과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최근 드라마들이 귀신이나 원혼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사실상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역시 해외 판매, PPL 등의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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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에서 공포 장르는 사실상 전멸했었다. ‘했다’가 아닌, ‘했었다’라고 언급한 것은 SBS 드라마 ‘악귀’가 이 분위기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김은희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악귀’는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회차가 전국 기준 10%대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최종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1.2%를 기록했다.

ⓒSBS

지상파에서 공포 소재 드라마가 흥했던 시절이 있었다. 1980~2000년대 중반까지 방영됐던 KBS1 ‘전설의 고향’ 시리즈를 비롯해 MBC ‘M’ ‘거미’ ‘혼’, SBS ‘고스트’ ‘어느날 갑자기’, KBS2 ‘RNA’ 등이 잇따라 방송됐고, SBS ‘토요미스테리극장’, MBC ‘환상여행’ ‘이야기 속으로’ 등 예능 프로그램들도 공포는 인기 있는 소재였다.

물론 최근에도 MBC ‘지금부터, 쇼타임!’, tvN ‘환혼’ 등 귀신, 원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실상 공포 드라마로 분류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그나마 MBC ‘심야괴담회’가 공포 예능의 맥을 잇고 있는 정도였다.

방송가에서 공포 드라마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공포물은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장르의 특성상 PPL 등 간접광고의 효과를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최근 드라마들이 귀신이나 원혼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사실상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역시 해외 판매, PPL 등의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공포 장르의 특성상 방송 심의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지상파 공포 드라마 제작 부재에 한몫했다. 실제로 ‘토요미스테리 극장’ ‘이야기속으로’ 등은 방영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미신과 비과학적 생활 태도를 조장해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며 건전한 생활 기풍 조성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았다.

지상파의 공포 드라마 제작 부재의 공백은, 심의와 제작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과 OTT에서 메웠다. 그러던 중 등장한 ‘악귀’는 제약이 큰 지상파에서도 공포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오컬트 드라마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이슈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장르의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들까지 흡수하는 영리한 극본이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들어주며 크기를 키운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산영의 모습, 학대가 벌어졌던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도 싼 월세에 발목 잡힌 백세미의 모습 등이 그 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악귀’는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만한 내용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흥행의 포인트”라며 “현대사회에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함께 이겨내보자고 격려하는 메시지까지 담은 영리한 극이다. 지상파에서 사라졌던 오컬트 공포 드라마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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