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경찰서, '윗선이 보고 있다'며 사건 빨리 종결하려 했다"

오연호 2023. 8. 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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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이초 교사 사촌오빠,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 인터뷰

[오연호 기자]


 
 지난 7월 18일, 자신이 근무했던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의 사촌오빠는 8월 13일 공개된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를 통해 "서초경찰서가 이 사건을 남자친구 문제로 빨리 종결하고 싶어했다"면서 "경찰은 '윗선이 다 보고 있다', '이슈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오마이TV
 
너무나 큰 충격과 아픔, 그러나 너무나 더딘 수사와 진상규명.

그래서였을까? "참다 못한" 사촌오빠는 "싸우기로" 결심했다. 여섯 살 아래인 사촌동생 교사가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는 평범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던 그는 요즘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마치 탐사전문기자처럼 "하루에 잠을 3시간밖에 못자면서" 동생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지난 8월 5일에는 동생을 추모하는 집회 무대에 서서 눈물범벅의 목소리로 "진상을 촉구합니다"라는 말을 10번 반복했다. 그리고 언론과의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마이TV 스튜디오에 나온 그는 마스크는 썼지만, 이름 석자를 다 밝혔다. 박두용씨. 그는 말했다.

"서초경찰서는 초기에 이 사건을 남자친구 문제로 빨리 종결하고 싶어했습니다. 수사경찰은 '윗선당국이 다 보고 있다'면서 '이슈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담임을 맡고 있던 1학년 교실에서 지난 7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등학교 박아무개 교사의 사촌오빠 박두용씨는 경찰과의 초기 만남을 그렇게 요약했다.

"경찰, 빨리 사건 종결시키고 싶어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 윗선에서 다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일이 교사가 교실에서 죽은 사건이라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이나 윗선 당국들도 다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거라 이슈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씨는 그때 경찰은 동생이 세상을 등진 원인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저희가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경찰분들이 일기장에 있던 몇 개의 내용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러면서 '여러 문제가 종합적이겠지만 남자친구와 결별하면서 힘든 문제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고 결론을 내리시더라고요."

박씨는 "이때 경찰은 남자친구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경찰이 결론을 서두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지금 동생이 죽었는데 윗선이고 뭐고,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래서 원인을 알고 싶어 남자친구도 중요한 사람인데 경찰이 왜 안 만나냐니까 '우리는 권한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하고…."

- 경찰이 남자친구 때문이라고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이, 윗선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윗선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정확한 건 제가 알 수 없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는데, 경찰은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초반에 그걸 확연히 느꼈습니까?

"확연히 느꼈습니다."

사촌오빠는 그런 경찰의 태도를 보고 "결심을 했다". 학부모의 민원전화 실태 등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생각되는 여러 사안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안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든 내가 정신을 차려가지고, 동생 죽음의 주요 원인이 뭔지 내가 조사를 해야겠다, 내가 여기서 멈춰버리면 그 누구도 원인을 밝혀주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정신을 차려가지고…."

"서초경찰서장, 유족들에게 초기부실수사 사과했다" 
 
 지난 7월 18일, 자신이 근무했던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의 사촌오빠는 8월 13일 공개된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를 통해 "서초경찰서가 이 사건을 남자친구 문제로 빨리 종결하고 싶어했다"면서 "경찰은 '윗선이 다 보고 있다', '이슈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초경찰서장이 초기의 부실수사에 대해 유족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TV
 
사촌오빠는 이후 서이초 안팎의 수많은 관계자를 만나고 동생의 일기장, 학급일지 등의 기록을 조사하고, 일부 학부모와 동생의 관계에 대한 흔적들을 추적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남자친구 주원인론은 절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오히려 경찰쪽에 자신이 '취재'한 다각적인 자료를 건네면서 수사를 요청했다. 박씨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사건발생일로부터 2주 반이 지나서야 유족들에게 "초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사과"를 했다.

"지난 8월 5일 작은 아버지, 어머니랑 서초경찰서에 갔더니 경찰서장이라는 분이 면담을 하자고 하셔서 저희 가족이 다 갔습니다. 그때 경찰서장이 '우리가 좀 오해를 했다', '처음에 좀 부실했던 건 사과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마이뉴스는 12일 오후 서초경찰서에 박씨가 말한 내용들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24시간이 지나도록 답을 얻지 못했다.)

사촌오빠는 "2주 반만에 이런 사과를 듣고 동생이 더 너무 불쌍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이 남자친구 문제라고 하니까 집안 어른들이 가족끼리 조용하게 빨리빨리 장례를 치르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친구도 없이, 다른 조문객도 받지 않았는데... 당시 경황이 없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경찰 말을 안 믿었어야 되는데... 우리가 동생에게 너무 죄를 지었구나…."

사촌오빠 박두용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경찰을 만나서 수사상황을 듣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도 본질적인 조사는 없이 빙빙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동생의 일기장을 다 봤다는 박씨는 "6월경부터 일기장에 '너무 힘들어서 죽을 거 같다, 살려달라, 나 살려달라, 나도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내용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서이초는 '신규들의 무덤'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동생이 담임을 했던 1학년 교실은 "전에 급식실로 쓰던 곳을 개조한 곳이어서 벽면의 절반 정도는 창문이 없었다"고 했다. 동생은 "원래 급식실의 창고로 쓰던 조그마한 공간을 엄청 예쁘게 꾸며놓고 제재가 힘든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용도로 사용했다"면서 "가족들에게도 자랑하면서 그 방 사진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교실의 한켠이었던 그 방에서 '마지막 선택'을 했다. 

"동생 6월경부터 일기장에 '살려달라' 적어"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7월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사촌오빠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뿐 아니라 '아픔의 연대'를 추진 중이다. 그래서 6개월 전에 숨진 사립초 교사의 유가족도 만났다. 얼마 전 조희연 교육감의 기자회견장 앞에서 "내 아이도 똑같이 조사해달라"고 울부짖었던 그 가족이다.

"우리 동생과 너무나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더라고요. 카페에서 만나 서로 울면서 위로했습니다. 지난 6년간 100여 명이 넘는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3주에 한 명꼴이거든요. 이게 정상적인 것이 아니죠. 그래서 유가족협의회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끼리 뭉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는 빠르면 8월 안에 교사유가족협의회를 만들 예정이다.

박씨는 추모집회에 동참하고 있는 교사와 시민들에 대해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제 동생은 이미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던 것을 바꿔주시려고 용기를 내어 뙤약볕 아스팔트에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이런 비극적 사건이 다시 안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씨는 사촌동생의 어머니도 현직교사라고 밝혔다. 유족의 대표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고 말한 박씨는 "오늘 이 인터뷰를 하러 온다고 하니까 작은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내가 선배 교사로서도, 엄마로서도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 마지막으로 이제는 이 세상에 없지만,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생이 태어났을 때, (6살이던) 제가 작은 엄마한테 졸라서 안아봤거든요. 근데 그 동생을 제가 입관할 때 들어서 관 안에 넣었습니다…."

오빠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흐느낌 속에서 간신히 동생에게 주는 말을 했다.

"다시 만나면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제 오빠가 최선을 다해... 너 대신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줄 거니까, 다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강당 앞에서 추모객들이 강당 외벽에 국화꽃을 놓고 추모메시지를 적는 등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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