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89마일 느린 공으로 몸쪽 승부...체인지업보다 돋보인 류현진 직구

안희수 2023. 8.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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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팔꿈치 수술 복귀 뒤 첫 승을 거뒀다. 특유의 노련한 투구와 현란한 공 배합 그리고 제구력이 돋보였다. '괴물'이 돌아왔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토론토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 있을 때 8점을 지원했다. 류현진은 팀이 8-2로 앞선 6회 초 수비 시작 전에 마운드를 넘겼고, 구원진이 리드를 지켜내며 토론토가 11-4로 승리,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넘는 재활기를 보낸 그는 결국 재기해 다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이자, MLB 통산 76번째 승리였다. 후반기 MLB 득점 1위를 기록한 강타선을 상대로 토론토의 3연패를 끊어낸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류현진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3회 초 2사 뒤 이안 햅에게 구사한 6구째, 146.6㎞/h였다. 2회까지 90마일(144.8㎞/h) 넘는 공이 2개뿐이었다.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속이다. 

류현진은 상식을 깨버렸다. 80마일대 직구로 타자 몸쪽을 찌르고, 정면 승부를 주저하지 않있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활용한 완급 조절, 허를 찌르는 구종 구사 그리고 가장 큰 강점인 '송곳 제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전에서 피안타 없이 4이닝을 막아냈지만, 상대 타자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는 악재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날(14일) 컵스전도 1회부터 불운을 겪었다. 1사 1루에서 햅에게 오른쪽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베테랑 브랜든 벨트가 포구 실책을 범했다. 타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블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이 1사 1·2루로 번졌다. 류현진은 이 상황에서 전날(12일)까지 리그 타율 0.331를 기록했던 코디 벨린저를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불리한 볼카운트(3볼-1스트라이크)에서 컷 패스트볼(커터)를 구사해 히팅 포인트를 흔든 뒤 몸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에 직구를 구사해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후속 댄스비 스완슨과의 승부에선 좌익 선상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뒤 몸쪽 낮은 코스로 다시 직구를 구사해 허를 찌르려고 한 의도는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타자 무릎 높이 몸쪽에 공이 꽂혔다. 스완슨은 뒷다리(오른쪽 다리)를 빼서 공간을 만든 뒤 타격했고, 파울선에 딱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류현진의 공은 결코 실투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이어진 상황에서 일본인 타자 스즈키 세이야를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실점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류현진은 4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도 3회 초 1사 뒤 니코 호너에게 맞은 빗맞은 중전 안타가 전부였다. 

특히 4회 투구에선 공 배합과 변화구 제구력이 돋보였다. 선두 타자 벨린저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앞서 적시타를 맞은 스완슨과의 재대결에선 직구와 커터, 체인지업을 차례로 보여준 뒤 낮은 코스 커터를 결정구로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1회 체인지업 공략을 전혀 하지 못한 스즈키는 2구째 첫 승부와 같은 코스(바깥쪽) 체인지업으로 다시 내야 뜬공 처리했다. 

컵스 타선 최다 홈런(19개)를 기록 중인 패트릭 위스덤과의 승부에서 높낮이 제구로 타자 시선을 흔들었다.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이지업을 보여준 뒤 높은 코스 직구, 이어 낮은 코스 커브로 연속 헛스윙을 유도했다. 바깥쪽 커터로 다시 눈을 현혹한 뒤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 경기 세 번째 탈삼진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이날 체인지업 24개, 커터 12개, 커브 10개를 던졌다. 탈삼진 3개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낮은 커브를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꽂은 제구력도 일품이었다. 

가장 돋보인 건 직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속은 92마일도 찍히지 않았지만, '핀포인트' 제구를 앞세워 과감하게 구사했다. 컵스 클린업 트리오 벨린저, 스완슨, 햅과의 승부에선 모두 직구가 승부 흐름을 갈랐다.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고전하는 토론토 젊은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구였다. 1년 넘는 공백기를 갖고도, 류현진 특유의 강점은 여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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