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신(信)] 진갑용, 그 특별한 '눈 리드'
안희수 2023. 8. 14. 07:00
골든글러브 3번 수상, 우승 청부사
포구와 송구, 포수 수비 기본기 유독 강조
팀 투수 기운까지 포착, 날카로운 시선 빛난 포수
당대 최고의 포수가 국가대표팀 안방을 지킨다. 진갑용 코치는 프로 무대 최정예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 방콕 아시안게임(AG)부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6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3 WBC에선 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KS) 우승을 7번이나 이끌었고, 골든글러브만 3번 수상했다. 진갑용 코치는 박경완(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이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자 진갑용 코치는 주저 없이 “포구와 강한 어깨”라고 답했다. 포구에 대해서는 “포수가 공을 못 받으면(포구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경기에 나가면 안 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투수의 공을 받는 게 포수의 가장 기본 임무이고, 이는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진 코치는 투심 패스트볼·컷 패스트볼처럼 무브먼트가 있는 속구들을 잡기 위해선 동체 시력뿐 아니라 ‘공의 길’을 아는 판단력, 그리고 하체의 민첩성까지 갖춰야 한다고 본다.
강견에 대해서는 “타고난 자질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깨를 단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포수뿐 아니라 다른 야수도 마찬가지”라고도 전했다.
진갑용 코치는 선수 시절 통산 도루 저지율 0.357를 기록했다. 2022시즌 8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중 이 부문 1위였던 박동원의 기록은 35.5%였다. 진 코치는 커리어 내내 뛰어난 도루 저지율을 기록한 셈이다.
진갑용 코치는 어깨는 강한 편이었지만, 골반 유연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하체도 긴 편이라서 선배들로부터 ‘포수할 체형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포구와 송구에 적합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부터 3년 동안 삼성 배터리 코치로 진갑용을 지도한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포구뿐 아니라 (송구를 위해) 일어나는 동작도 유연성이 좋은 포수와는 달라야 했다. 그래도 진갑용이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자세를 만들더라”라고 돌아봤다.
조금 더 선호한 성향은 있다. 진갑용 코치는 “예전에는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팀에) 벌금을 내는 내부 규칙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버리는 공을 주문하기보다는 바로 승부하는 걸 선호했다. 상황에 따라 신중한 승부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선발 투수는 ‘타자와 맞붙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만큼은 수없이 강조했다고.
진갑용 코치는 투수와의 신뢰 형성에 대해서도 “결국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답이었다. 삼성 시절에는 80~90%는 내 리드에 따라온 것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된 진갑용 코치만의 특이점은 있었다. 시선이 날카롭고, 사고가 유연하다는 것이다.
선수 시절 진갑용 코치가 포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유독 마스크 사이로 타자를 자주 살폈다. 타석 위치, 스탠스,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 그리고 작은 움직임까지 말이다.
실제로 진갑용 코치는 경기 전 배팅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상대 타자의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일종의 루틴이었다. 그는 “특히 홈경기는 다른 선수들이 식사를 할 때도 후배 포수들과 그라운드에 나가서 상대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봤다. 특히 중요한 경기는 더 그랬다. 최소한 컨디션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승부 방향 정도는 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진갑용 코치는 “풀카운트였고, 앞선 공 6개 모두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선택했다. 솔직히 7구째는 나도 손이 말리더라(고민이 되더라). 이런 상황에서 슬라이더 사인을 냈는데, (오)승환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 후배다. 뭔가 단호해 보였다. 그래서 직구를 냈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오승환-진갑용 배터리는 이후 후속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진 코치는 “나중에 오승환한테 물어보니 (원래 레그킥을 하던 이호준이) 이동발(왼발)을 안 떼고 타격을 했다고 하더라. 변화구 승부는 커트가 될 것 같아 직구를 요구했던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걸 못 봤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스캔을 하듯이 타자의 변화를 살피던 진갑용 코치도 실책 했다. 하지만 후배 투수의 기운을 읽었고, 그의 선택을 믿어주며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허리 통증을 안고 있던 정대현을 추천했던 진갑용 코치였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의 눈. 특별한 게 있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포구와 송구, 포수 수비 기본기 유독 강조
팀 투수 기운까지 포착, 날카로운 시선 빛난 포수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가장 큰 쾌거로 꼽힌다. 쿠바와의 결승전 9회 말 1사 만루 위기에서 투수 정대현과 호흡을 맞춰 타자 율리 구리엘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3-2 리드를 지킨 포수는 바로 진갑용(49)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다.
당시 결승전에서 진갑용 코치는 허벅지 부상 탓에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9회 말 1사 뒤 후배 포수 강민호가 볼 판정을 두고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변수가 생기자, 진갑용 코치가 급히 포수 마스크를 썼다. 출전에 앞서 윤석민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에게 정대현 등판을 추천한 것도 그였다. 불펜에서 직접 공을 본 뒤 내린 결론이었다.당대 최고의 포수가 국가대표팀 안방을 지킨다. 진갑용 코치는 프로 무대 최정예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 방콕 아시안게임(AG)부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6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3 WBC에선 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KS) 우승을 7번이나 이끌었고, 골든글러브만 3번 수상했다. 진갑용 코치는 박경완(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이었다.
포구와 송구, 기본 중 기본
진갑용 코치는 포수의 타격 능력과 수비력은 명확히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타를 많이 때릴 수 있는 포수가 시장 논리에 의해 가치(몸값)가 높아지는 건 필연으로 보지만,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비력까지 저평가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 진 코치는 “타자는 (야구에서 공을 잡는 사람이라는 뜻의) 수(手)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자 진갑용 코치는 주저 없이 “포구와 강한 어깨”라고 답했다. 포구에 대해서는 “포수가 공을 못 받으면(포구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경기에 나가면 안 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투수의 공을 받는 게 포수의 가장 기본 임무이고, 이는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진 코치는 투심 패스트볼·컷 패스트볼처럼 무브먼트가 있는 속구들을 잡기 위해선 동체 시력뿐 아니라 ‘공의 길’을 아는 판단력, 그리고 하체의 민첩성까지 갖춰야 한다고 본다.
강견에 대해서는 “타고난 자질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깨를 단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포수뿐 아니라 다른 야수도 마찬가지”라고도 전했다.
진갑용 코치는 선수 시절 통산 도루 저지율 0.357를 기록했다. 2022시즌 8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중 이 부문 1위였던 박동원의 기록은 35.5%였다. 진 코치는 커리어 내내 뛰어난 도루 저지율을 기록한 셈이다.
진갑용 코치는 어깨는 강한 편이었지만, 골반 유연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하체도 긴 편이라서 선배들로부터 ‘포수할 체형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포구와 송구에 적합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부터 3년 동안 삼성 배터리 코치로 진갑용을 지도한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포구뿐 아니라 (송구를 위해) 일어나는 동작도 유연성이 좋은 포수와는 달라야 했다. 그래도 진갑용이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자세를 만들더라”라고 돌아봤다.
'눈'으로 먼저 이겨라
진갑용 코치는 “아무리 지도자라도 공 배합은 가르칠 수 없는 영역 같다. 솔직히 투수의 공은 옆(더그아웃)에서 봐서는 잘 모른다. 벤치 사인도 맹신할 수 없다. 결국 공 배합 기본을 밑바탕에 깔고 경험을 통해 생긴 자신의 노하우를 녹여서 목표 달성에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할 뿐”이라고 했다.조금 더 선호한 성향은 있다. 진갑용 코치는 “예전에는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팀에) 벌금을 내는 내부 규칙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버리는 공을 주문하기보다는 바로 승부하는 걸 선호했다. 상황에 따라 신중한 승부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선발 투수는 ‘타자와 맞붙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만큼은 수없이 강조했다고.
진갑용 코치는 투수와의 신뢰 형성에 대해서도 “결국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답이었다. 삼성 시절에는 80~90%는 내 리드에 따라온 것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된 진갑용 코치만의 특이점은 있었다. 시선이 날카롭고, 사고가 유연하다는 것이다.
선수 시절 진갑용 코치가 포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유독 마스크 사이로 타자를 자주 살폈다. 타석 위치, 스탠스,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 그리고 작은 움직임까지 말이다.
실제로 진갑용 코치는 경기 전 배팅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상대 타자의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일종의 루틴이었다. 그는 “특히 홈경기는 다른 선수들이 식사를 할 때도 후배 포수들과 그라운드에 나가서 상대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봤다. 특히 중요한 경기는 더 그랬다. 최소한 컨디션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승부 방향 정도는 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투수의 기운을 느끼는 눈도 비범했던 것 같다. 일화가 있다.
진갑용 코치에게 “선수 시절 최고의 승부를 꼽아달라"라고 묻자, 그는 2012년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2-1로 앞선 9회 초 무사 3루에서 맞이한 이호준과의 승부를 꼽았다. 당시 마운드 위 오승환은 선두 타자였던 최정에게 3루타를 맞았다.진갑용 코치는 “풀카운트였고, 앞선 공 6개 모두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선택했다. 솔직히 7구째는 나도 손이 말리더라(고민이 되더라). 이런 상황에서 슬라이더 사인을 냈는데, (오)승환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 후배다. 뭔가 단호해 보였다. 그래서 직구를 냈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오승환-진갑용 배터리는 이후 후속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진 코치는 “나중에 오승환한테 물어보니 (원래 레그킥을 하던 이호준이) 이동발(왼발)을 안 떼고 타격을 했다고 하더라. 변화구 승부는 커트가 될 것 같아 직구를 요구했던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걸 못 봤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스캔을 하듯이 타자의 변화를 살피던 진갑용 코치도 실책 했다. 하지만 후배 투수의 기운을 읽었고, 그의 선택을 믿어주며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허리 통증을 안고 있던 정대현을 추천했던 진갑용 코치였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의 눈. 특별한 게 있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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