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가 ADHD 교육법?…사설연구소 주장 보니
교육부 사무관이 자신의 자녀가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며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해당 표현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민간연구소의 교육법에 등장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온라인에 따르면 대전 지역 한 사설연구소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왕의 DNA’라는 표현이 다수 쓰였다. 해당 연구소에서는 자폐와 언어·지적장애, ADHD 치료를 표방하면서 ‘왕의 DNA’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연구소는 특히 ADHD 판정을 받은 아이들을 ‘극우뇌’형으로 분류하고 “ADHD를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료 방법으로는 ‘왕자 또는 공주 호칭을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기’ ‘사과는 뇌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등을 언급했다.
해당 연구소의 유튜브 채널에는 영상 강의도 게재돼 있다. 영상은 “극우뇌 유형 아이들은 스스로 ‘황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훈육보다 그런 대접을 해주면 영웅심이 채워져 문제 행동이 교정된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에겐 “공부해”라고 말하는 대신 “동궁마마 공부하실 시간이옵니다”라고 하면 더 잘 따른다는 내용도 있다.
교육부 사무관 갑질 논란 이후 해당 커뮤니티 가입자 수는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연구소장은 13일 글을 올려 “어안이 벙벙하다. 몇 년간 4000명대였던 카페 회원수가 1만4000명에 육박한다”면서 “더 놀라운 건 신규 가입 회원들이 많이 흥분, 혹은 분노하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뇌 타입에 따라 양육법이 다른데 옳은 방법으로 양육하면 성공한 인물이 된다는 설명 중에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고 격려하는 것”이라며 “타인에게 군림하고 다른 아이들은 신하 노릇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에게 주는 미션이었다. 부모가 손수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로 만들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ADHD 무약물 치료’ 주장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극단적이고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ADHD나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약물치료는 증상 조절에 도움을 주는데 이를 무조건 거부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 학교와 학부모 모두 편견 없이 아이의 상태를 진단받고 인정하는 것이 교육과 생활지도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또 일부 학부모의 잘못된 행동은 ADHD 등 정서·행동장애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갑질 논란을 야기한 교육부 사무관 A씨는 13일 사과문을 내고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불찰로 이제까지 아이를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 봐 마음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자료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다. 다만 전후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메일로 이를 전달해 새 담임교사가 불쾌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원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담임교사 B씨를 신고했다. 자녀가 이동 수업을 거부해 교실에 남게 된 것이 B씨의 방임 때문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A씨가 학교장과 교육청을 상대로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하면서 B씨는 직위해제됐다가 올해 2월과 5월 경찰과 검찰에서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후임으로 부임한 C교사에게 “‘하지 마, 안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의 내용이 적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까지 교육부에서 6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A씨는 올해 1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대전교육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를 직위해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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