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이끈다던 신기술금융사, 5곳 중 2곳 '자본잠식'

부광우 2023. 8. 1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적자 수두룩…연체 1000억 돌파
고금리 충격에 건전성 '벼랑 끝'
투자 실패 이미지. ⓒ연합뉴스

벤처투자를 이끌겠다며 활성화됐던 신기술금융사들 가운데 5곳 중 2곳 이상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숫자의 신기술금융사들이 올해 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이들이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는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넘게 불어나며 1000억원을 훌쩍 넘기는 등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고금리 충격으로 중소기업들은 빚을 갚는데 허덕이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신기술금융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로 부담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 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신기술금융사는 총 44개로 전체 101개 중 43.6%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이같은 재무 상태를 보인 신기술금융사가 2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9개나 늘어난 숫자다.

자본잠식은 이처럼 회사의 자본 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아졌을 때를 일컫는 표현이다.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쉽게 말해 회사의 초기 투자금마저 갉아먹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자본금을 얼마나 많아 깎아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본잠식률로 놓고 보면 리더스기술투자가 47.9%로 최고였다. 이어 C&CI파트너스와 코나아이파트너스의 해당 수치가 각각 35.3%와 30.8%로 30%를 웃돌았다.

이밖에 ▲SB파트너스(28.6%) ▲지음벤처스(22.9%) ▲에이티넘벤처스(22.8%) ▲엘로우독(22.1%) ▲AFW파트너스(20.2%) ▲NH벤처투자(16.1%) ▲CTK인베스트먼트(15.9%) ▲효성벤처스(15.0%)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14.4%) ▲롯데벤처스(13.2%)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11.6%) ▲프롤로그벤처스(11.1%) 등의 자본잠식률이 두 자릿수 대로 높은 편이었다.

자본잠식률 상위 10개 신기술금융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처럼 자본잠식에 직면한 곳들이 많은 건 그 만큼 다수의 신기술금융사들이 장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사 대상 신기술금융사들 중 41.6%에 달하는 42개사는 올해 1분기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기술금융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을 벌이는 벤처·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다. 7년 이내 벤처·중소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창업투자회사와 달리 그 대상이 넓고 융자까지 해줄 수 있다.

특히 신기술금융사는 몇 년 전 규제 완화에 힘입어 그 영역이 크게 넓어졌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요건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증권사가 겸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이들이 내준 대출에서 최근 부실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술금융사들의 여신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1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7.7% 급증했다.

여신의 질이 악화되는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를 갚는데 곤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신기술금융사 당사자들도 고금리가 버겁긴 마찬가지다. 금리가 오름에 따라 자금 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임 만큼 규모가 작은 신기술금융사의 고충은 더 깊은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부족한 벤처·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신기술금융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높아진 금리에 따른 여신 건전성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