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그후, 용산 "이젠 치료의 시간"…감사원, 수술 칼 쥔다
“이제, 치료의 시간이다.”
잼버리라는 축제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휴가도 8일부로 끝났다. 윤 대통령의 휴가 직후엔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도 지나갔다. 여름 휴가 뒤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에서도 “한숨 쉴 틈도 없는 일주일이 이제야 지나갔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아울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3일 한 말이 “치료의 시간”이란 표현이다. 문제가 드러났으니 고쳐야 할 때란 의미다.
당장의 관심은 신상필벌(信賞必罰ㆍ공 있는 자에게는 상을, 죄 있는 사람에겐 벌을 준다)이다. 애초 잼버리를 둘러싼 문제가 중구난방 터져 나왔을 때,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끝나기만 해라’고 벼르는 분위기라고 알려졌다. 행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은 아니지만, 행사 종료 뒤엔 그 책임을 묻겠다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애초부터 상상의 영역이었다”며 이렇게 전했다.
“잼버리 관련해 문제의 근원부터 살펴보려면 6~7년 치 예산을 들여다봐야 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실이 개입하는 건 특정 고위 공직자의 잘못이나 비위 의혹이 있을 때야 가능하다. 잼버리 조직위는 반관반민(半官半民)으로, 공직기강에서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하다. 감사원이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아닌, 감사원에서 종합적으로 정책 감사를 한다는 취지다. 감사원에서도 잼버리 관련 감사 착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사안이 복잡하고 지자체까지 엮여 있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러 국(局)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참여하되, 그 결과도 최소 반년은 지나야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광범위한 감사 범위라는 기술적 요인 외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설 경우 정치적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걸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움직이는 건 특정 고위직 공직자의 잘못이나 비위가 의심될 때인데, 과연 잼버리가 중앙부처만의 잘못이냐는 것이다. 야권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국면인데, 자칫 정쟁의 요소가 더 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용산에서 보는 개각의 폭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이벤트성 인사 쇄신'과는 거리를 둬 왔다. 여권 안팎에서 개각의 필요성과 하마평이 꾸준히 거론돼왔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근에도 "몇 달 새 바뀐 건 통일부 장관 딱 한 자리"라며 "윤 대통령은 믿고 맡긴 사람을 오래 써왔다"고 말했다. 개각과 관련해 현재 용산에선 “일부 교체 수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는 게 정설처럼 통한다. 동시에 그 폭은 한정적으로, “캠프 데이비드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후, 9월 정기국회 개원 전까지 필요 최소한으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문화까지 그대로 두겠다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정부 고위 관료는 “윤 대통령이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지는 오래됐다”며 “인사혁신처에 ‘1~9급 공무원 체계를 전반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초기 잼버리 파행을 공직사회 탓으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공직사회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내다 각 부처 차관으로 부임한 이른바 ‘용산 차관’들의 행보도 공직사회 활력 제고에 초점이 맞혀있다. 그중 일부는 파격적인 인사 발탁을 염두에 두거나, 내부 문제에 대한 경종을 수시로 울릴 수 있는 일명 ‘레드팀’을 꾸리는 등 이른바 ‘메기 효과’를 노리는 중이라고 한다.
내부 정비를 마치는 대로 윤 대통령은 '경제 올인' 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핵심 이슈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일단락될 거라 본다"며 "그 이후부터는 경제와 민생 행보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대폭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뛸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가 한 축이고, 정치적 이유로 중구난방 지급됐던 국가 보조금을 구조조정해 약자 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또 다른 한 축이라고 한다.
권호ㆍ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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