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인·일 다 뛰어들었다…'하늘에 떠 있는 광산' 달 전쟁
달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냉전 이후 반세기 만에 패권 경쟁의 무대로 떠올랐다. 미국과 소련의 2파전 양상은 다자구도로 진화했다.
인도가 지난달, 러시아가 지난 11일 달로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일본도 오는 26일 로켓을 발사해 달 착륙을 시도한다. ‘G2’ 미국과 중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려 한다. 먼 우주로 나갈 전초기지이자, 미래 자원의 보고(寶庫)라는 달의 잠재력에 주목한 결과다.
달 착륙 도전하는 러·인·일
러시아는 인류 최초 달 탐사선 루나 1호(1959), 첫 달 착륙 탐사선 루나 9호(1966) 등을 만든 원조 강국이지만 옛 소련 시절 이야기다. 루나 25호는 1976년 루나 24호 이후 47년만에 러시아가 달에 보내는 탐사선이다.
루나 25호는 한 달 앞서 달로 쏘아올려진 인도산 ‘월차(月車)’와 ‘세계 최초 달 남극 착륙’ 타이틀을 놓고 경쟁 중이다. 지난달 14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발사한 ‘찬드라얀 3호’는 지난 5일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달의 차량(찬드라얀)’이라는 뜻을 가진 이 탐사선은 23일 달 남극 착륙을 노린다. 인도로선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달 착륙 시도다.
러시아는 루나 25호를 발사 5일 안에 달 궤도로 바로 진입시켜 지구 주변을 공전해 한 달 만에 달 궤도에 진입한 찬드라얀 3호보다 앞서 달 남극에 착륙하려 한다.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 사무총장은 “루나 25호가 21일에 착륙해 (달 남극 착륙) 첫번째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사상 첫 달 착륙을 준비 중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오는 26일 달 탐사선 슬림(SLIM)을 H2A 로켓 47호에 실어 달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달 탐사선 ‘오모테나시’ 발사에 실패한 JAXA는 슬림을 발사 시점으로부터 4~6개월이 지난 뒤 달의 적도 부근에 착륙시킬 생각이다.
미·중은 ‘사람 보내기’ 경쟁
2007년 창어(嫦娥) 1호를 시작으로 달 탐사에 나선 중국은 2013년 창어 3호로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엔 창어 5호로 세계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해 탐사를 벌였다.
중국은 유인 달 착륙 이후 달에 원자력발전으로 구동하는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루나 25호 발사를 미리 축하한다. 하지만 진정한 우주 경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고 말한 이유다.
중국의 ‘달탐사 굴기’에 자극받은 미국도 1972년 이후 50여년 만에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NASA는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1호가 무인 우주선 오리온을 보내 달 궤도에 안착 시키고 돌아오는 연습을 했다.
내년엔 아르테미스 2호에 우주인 4명을 탑승시켜 10일간 달 궤도를 유인 비행하도록 한 뒤,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53년 만에 인간이 달에 내리는 것을 재연할 계획이다. 2030년엔 달 남극에 유인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게 목표다.
미국은 이런 계획을 영국·캐나다·호주·일본·한국 등 27개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 중이다. 참가국들의 지원을 통해 막대한 달 탐사 비용을 줄이고, 달의 ‘평화적 탐사와 개발’이란 명분도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민간 기업도 달 탐사에 참여 중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 4월 일본 민간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이 발사됐다. 미국의 애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머신스도 연내에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자원의 보고 '달'
특히 미래 자원이 많다. 달에는 헬륨 동위원소(헬륨-3)가 100만t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륨3는 현재 원자력 발전의 동력인 핵분열보다 약 4.5배 많은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의 원료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TV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인 ‘4차 산업혁명의 쌀’ 희토류도 풍부하다.
우주 탐사를 위한 거점으로서 가치도 크다. 달을 넘어 화성을 비롯한 심(深)우주로 진출하기 위해선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 2008년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통해 달의 남극과 북극에 다량의 물과 얼음층이 존재할 것이란 가능성도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식수 채취와 함께 물을 전기 분해해 우주선 연료(수소)와 동·식물 호흡에 필요한 산소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의 거주는 물론이고 향후 우주 유인 탐사를 위한 기지를 건설도 노려볼 수 있다.
달에서도 신냉전
나아가 미국은 달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미국은 루나 게이트웨이를 다양한 우주선이 달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이를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한 미국의 우방국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과정에서 쓰는 ‘민주주의 국가 대 독재국가’ 연합 전략을 반영한다”며 “미국의 조치에 놀란 중국은 달 탐사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러시아와 협력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2027년까지 달 궤도와 달 표면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국제달연구정거장(ILRS)’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루나 게이트웨이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다.
러시아도 지난달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BRICs·브릭스)에 러시아가 지난해 8월 공개한 독자 우주정거장 ‘ROS’ 건설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과 협력해 진행해온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달로 향한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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