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북 이상한 계약…잼버리 8월 끝나는데, 준공일은 12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개막을 앞두고 전라북도가 발주한 공사ㆍ용역ㆍ물품 계약 256건 중 개막식(지난 1일) 이후로 ‘이행 완료’ 시점을 잡은 건수가 1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잼버리 파행 원인으로 수도·전기 등 기반시설 미비가 지목되는 가운데, 전북도가 계약 단계부터 느슨한 일정의 사업자 선정으로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북도가 지역 소규모 기업으로 입찰대상기업을 한정하고 잼버리같은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이 전무한 지역 기업을 사업대상자로 선정한 결과가 잼버리 초반의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13일 전북도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잼버리 관련 계약 현황’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6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공사 15건, 용역 47건, 물품 194건 등 총 256건의 계약을 잼버리 준비 명목으로 체결했다. 이 중 공사 준공이나, 용역 완료 목표일을 개막식 이후로 잡은 건수는 공사 3건, 용역 10건, 물품 2건 등 총 15건이었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용역과 물품의 완비 시점이 늦어진 것도 문제지만 잼버리 참가자가 물리적으로 활동할 공간의 공사 준공 시점까지 개막 이후로 설정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막식 이후로 준공일이 설정된 공사 내역을 보면 행사 관련 기반시설 공사가 대부분이다. 사업비가 67억4626만원에 달해 단일 계약으로는 두번째로 액수가 큰 ‘2차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는 애초 준공일자가 폐막 4개월 후인 12월 17일로 설정됐다. 이외 ▶기반시설 전기공사(3억7986만원, 준공일 8월 5일) ▶대집회장 조성 전기공사(4020만원, 준공일 8월 10일) 등도 개막 전 준공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준공 목표일이 늦어진 것은 전북도가 입찰작업을 뒤늦게 착수했기 때문이다.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는 상수도 26㎞, 하수도 31㎞, 임시하수처리시설 3개소, 주차장 3개소, 그늘시설 3.7㎞ 등을 설치하는 필수적인 기본사업인데도 2021년 12월에서야 계약이 이뤄졌다. 대회를 1년 8개월 앞둔 시점이자, 2017년 8월 개최가 확정된 지 4년 4개월 만에 입찰을 낸 것이다.
게다가 전북 소재 기업만 참여 가능한 ‘지역 제한 경쟁’으로 ‘긴급 공고’를 낸 까닭에 토목공사 도급순위가 전국 964위(올해 7월 국토교통부 평가기준)인 전북 부안군 소재 건설사 L사가 사업을 땄다. L사는 사업비 40억7500만원짜리 ‘1차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2021년 12월~올해 3월)까지 맡았다. 하지만 기반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전 세계 각국 대원들은 입영 기간동안 물 부족을 겪어야 했고, 비가 오면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문제에 시달렸다.
야영에 필수적인 전기 시설도 전반적으로 미비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업체 계약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전북도는 지난해 7월 ‘기반시설 전기공사’ 지역제한입찰 긴급공고를 내 지난해 8월 전북 장수 소재의 D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공사는 맨홀펌프장 등에 전기시설을 하는 사업이었는데 이 역시도 대회 도중인 8월 5일이 준공 목표일이었다. 7월 말 이어진 폭우에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한 것도 전기공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선 나온다.
전북도는 ‘대집회장 조성 전기공사’도 지난해 8월 전주 소재 K사와 계약했는데 대회 막바지인 올해 8월 10일이 준공목표일이었다. 그런데 아예 입찰공고도 내지 않은 ‘수의 계약’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제한경쟁을 하면 영세한 지역업체만 입찰하게 되고, 수의계약의 경우에는 아예 친소 여부에 따라서 사업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해당 기업의 공사 능력이 떨어져 시설을 갖추는 시기 자체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도 완공이 안돼 이미 논란이 된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잼버리 메인센터) 역시 입찰공고 때부터 준공시점이 ‘개막 이후’로 설정된 사례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센터 신축공사 입찰 공고문은 대회를 1년4개월 앞둔 지난해 4월에서야 ‘긴급 공고’ 됐는데 공고문에는 공사 기간이 ‘착공일로부터 660일’로 적시됐다. 지난해 6월 착공된 해당 공사의 완공 목표는 2024년 3월 27일이다. 센터는 결국 미완성인 채로 잼버리 개막을 8일 앞두고 ‘준공 전 사용 허가’만 받아 대회 기간 중 병원과 운용본부로 운영됐다.
센터 공사 입찰은 ‘일반 경쟁’으로 진행됐음에도 이 역시 전주 소재 Y사가 따갔다. Y사는 1000위까지 발표되는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전북도는 같은 공사도 입찰공고를 여러번 다시 올리면서 준공시점을 늦췄다”며 “지역 기업에 특혜를 주려고 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각종 준비사업이 늦어진 것에 대해 “부지조성 작업이 늦어지면서 기반시설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을 일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대회 야영지 간척작업이 2022년 12월 완료돼 다른 시설을 갖추기가 어려웠다는 해명이지만 여권에서는 “간척지를 잼버리 부지로 삼은 것은 전북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2017년 8월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후 전북도는 5년 가까이 손 놓고 있다가 대회를 1년 앞둔 시점에서야 급하게 입찰 공고를 냈고 그 결과 준공 시점이 폐막일조차 넘기는 불상사를 만들어냈다”며 “제한 경쟁 등 전북 기업이 혜택을 받은 상황에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철저하게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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