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한·중 관계 31년 소회

2023. 8.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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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중 수교 30년을 맞이하면서 미래 30년 한·중 관계의 재설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만큼 한·중 관계는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중 관계에서 지난 30년간 누적된 과잉 기대가 초래한 부작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커의 귀환이 가져다줄 효과에 대해 막연한 과잉 기대를 하기에 앞서 한·중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체계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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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작년 한·중 수교 30년을 맞이하면서 미래 30년 한·중 관계의 재설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만큼 한·중 관계는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한·중 수교 31주년을 앞두고 오랜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이 사드 갈등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 재개를 발표했다. 국내 관련 업계 주식이 급등하는 등 곧바로 이른바 ‘유커의 귀환’ 에 대한 기대가 표출됐다. 사드 갈등이 발생하기 전까지 한·중 관계는 매우 이례적인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다. 한·중 관계의 일반적이지 않은 눈부신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였다. 경제적 상호 보완성과 지리적 이점이 십분 반영되면서 한국은 ‘중국 특수’ 효과를 누렸다.

그런데 한·중 간 경제 교류와 협력은 중국 산업의 구조조정,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 미·중 경쟁의 고조 등 다양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인적 교류 역시 사드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6년 방한 중국인 800만명을 포함해 양국 간 인적 교류가 1300만명에까지 육박했었다. 하지만 이후 인적 왕래는 급격히 줄어들어 2021년 33만명 수준으로 급감한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양국 간 교류가 축소되면서 양국민들의 상호 이해의 동기와 기회는 줄어든 반면에 오히려 혐한·혐중이 그 자리를 채워갔다. 인접한 양국 국민 간 상호 부정 인식은 양국 간 관계 악화와 병행되면서 고착화될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 미·중 경쟁의 심화, 그리고 한·중 양국 체제와 가치의 괴리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양국민 간 상호 부정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양국 간 관광을 통한 인적 교류가 재개되는 것은 일단 양국 관계 회복의 청신호로 환영할 만하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를 계기로 중국 특수 회복에 대한 기대가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중 관계에서 지난 30년간 누적된 과잉 기대가 초래한 부작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커의 대규모 방한 가능성도 냉정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번에 78개국을 대상으로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은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관광 등 서비스 분야를 활성화해 침체된 경제 회복을 모색하고 중국인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딱히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고려한 정책의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경제 회복을 겨냥한 단체관광 재개인 만큼 중국 특수는 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미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60개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아직은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특히 여전히 혐중과 혐한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양국 국민 간 소통과 이해 증진을 통해 상호 부정 인식이라도 개선됐으면 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상호 부정 인식이 고조된 상황에서 교류와 접촉이 커지면 오히려 오해와 왜곡을 증폭시키고 갈등이 깊어질 우려도 있다.

유커의 귀환이 가져다줄 효과에 대해 막연한 과잉 기대를 하기에 앞서 한·중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체계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한·중 양국은 역사적·지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임을 부인키 어렵다. 탈중국을 내세우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지만 중국 특수를 다시 기대하는 것은 냉철하지 않다. 지난 30년 한·중 관계를 성찰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건강하고 안정적인 한·중 관계를 재건축하기 위한 집단 지혜를 모아서 긴 안목의 준비와 전략이 구상돼야 할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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