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키드’가 담임으로… “교회는 가족, 끝까지 함께할 것”
청주순복음교회는 2009년 권문집 현 원로목사의 후임 청빙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를 맞았다. 2년 가까이 후임 목회자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교인들 사이에 오해도 빚어졌다. 60년 넘게 충북 청주 지역의 영적 버팀목이 돼 온 교회의 신앙 풍토를 잘 아는 목회자를 찾던 중 이동규(53) 목사가 물망에 올랐다. 유년 시절부터 이 교회를 섬겨왔기에 누구보다 교회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점도 한몫했다.
지난 10일 충북 청주 상당구의 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당시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터라 고민이 컸지만, 후임 청빙이 길어지며 오랫동안 교회를 지켜온 성도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중학생 때 목회자의 소명을 받은 이 목사는 줄곧 목회자의 길을 준비해왔다. 대학 시절 기성교회 목회자의 모습에 실망해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과 성경을 제대로 가르치는 목회자가 되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신학 공부와 목회 사역에 몰두했다. 한세대와 미국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존스홉킨스대에서는 근동학·셈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은사의 추천으로 교편을 잡고 있던 그를 하나님은 오로지 목회에 전념해야 하는 자리로 불러내셨다.
2011년 그렇게 이 목사는 4대 담임으로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다. ‘주일학교 키드’가 세월이 흘러 담임목사로 모교회에 복귀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목사의 목회 철학 중 하나는 “교회는 가족이므로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이다. 교회 주보엔 “복음의 정수를 지키며 시대를 밝히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가치관을 제시해 가는 교회, 서로 간의 소통을 통해 인격적인 목양을 이뤄가는 교회”라고 소개한다.
청주순복음교회는 코로나 이후 중단된 전교인 수련회를 올해 재개했다. 수련회는 성도 간 교제를 더욱 강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이 목사는 “코로나를 지나며 서로 데면데면해져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고 현장 예배에 나오길 꺼리는 교인들이 많아진 현실을 극복하고자 교회와 공동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성도 모두가 다시금 하나님을 경험하게끔 이끌었다”고 전했다.
청주순복음교회는 ‘좋은성품학교’ 사역을 통해 다음세대에 집중한다. 하나님의 주요 성품인 사랑과 공의를 다음세대에 심는 것이 목표다. 좋은성품학교는 2년 동안 경청 순종 감사 배려 인내 정직 등 각 성품에 맞는 태도를 함양하도록 이끈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가 삶 속에서 주님을 닮은 성품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학교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의 핵심은 교회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얼마나 인정해주고 또 존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기성세대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르치거나 강요하는 것으로는 젊은 세대를 붙잡을 수 없다.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 역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참된 신앙 안에서라면 반드시 서로 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순복음교회는 다섯 명의 평신도가 모여 예배드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청주 최초의 순복음교회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보다 1년 앞서 출발했다. 그만큼 지역 사회에 성령 체험으로 대표되는 오순절 신앙을 뿌리내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이 목사는 “성령의 임재를 경험한 성도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탄생한 교회”라며 “지금까지 오순절 신앙으로 대표되는 순복음 영성을 청주 중심부에 뿌리내리며 영적 중심을 잡아 왔다”고 말했다.
청주 구도심이자 지역 중심에 자리 잡은 교회인 만큼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놓칠 수 없는 사역이다. 주일예배 후 교회 인근 대형 재래시장을 찾아 물건을 사고 소비를 이끌며 지역 상인과 교제하는 ‘장보데이’ 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 매년 성탄절이면 교회 인근 빵집 여러 곳에서 케이크 1000개씩 사들여 지역 내 소외계층과 인근 상인들에게 나누며 기쁨을 함께한다. 코로나19 위기 때는 소상공인과 소형교회 각각 50여 곳에 지원금도 전했다. 지역 내 영유아 부모들에게 보육 정보를 제공하고 신앙 성장을 돕는 ‘아기 학교’도 진행하는데 대기자가 생겨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목사는 청주 중심부에 자리 잡은 교회의 지리적 특성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구도심이라 교통도 주차도 불편하기에 다른 교회들처럼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논의도 내부에서 나왔다”며 “하지만 성도들에게 지역 주민들이 교회가 여기에 있기에 우리도 하늘의 복을 같이 받는다고 여기게끔 해주자고 권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우리를 청주의 중심에 남겨두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지역 내 영성의 중심을 잡아주는, 하나님이 맡기신 그 사역을 지속해서 감당해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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