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10) 유학 기간 7년, 청소 등 육체노동으로 겨우 생활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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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선 장학금만 지급했기에 생활비는 일해서 충당해야 했다.
이때 한 일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사무실과 화장실 청소였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이 깨달음을 얻은 뒤론 청소하거나 빨래를 갤 때도 예배하듯 최선을 다했다.
유학 기간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일터사역의 바탕이 된 노동관과 직업관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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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 조사로 일식집 일하던 아내 사직
생계 캄캄했지만 둘째 딸 임신 경사 생겨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선 장학금만 지급했기에 생활비는 일해서 충당해야 했다. 박사 과정을 포함해 유학 기간 7년 반 내내 넉넉하게 살아본 기억이 없다. 월세와 식비를 겨우 마련해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옷이나 장난감은 모두 중고로 해결했다. 병원이나 약국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유학 초창기엔 이른 아침 고깃집에 출근해 고기를 굽는 일을 했다. 토요일에 일했는데 잠깐 눈을 붙이고 교회로 가면 예배시간에 자주 졸곤 했다. 육체노동자에게 예배 시간은 경청이 아닌 숙면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이때 알았다. 열심히 일하다 온 이들이 예배시간에 졸더라도 목회자는 그 형편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가 일본 식당에서 일하며 내게도 공부할 시간이 조금 생겼다. 아내 대신 나는 첫째 육아를 도맡았다. 2년여간 생계 전선에 나선 아내는 이민국이 조사를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그만뒀다. 급작스러운 아내의 사직으로 눈앞이 캄캄했지만 곧 경사가 생겼다. 아내가 쉬는 동안 둘째 딸을 임신한 것이다. 만일 이민국이 조사를 나오지 않았다면 딸을 못 봤을지도 모른다.
다시 세탁소와 건물 청소 등의 육체노동을 하며 주급을 받아 생활비를 마련했다. 이때 한 일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사무실과 화장실 청소였다. 모두 퇴근한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2개 층을 돌며 곳곳을 청소했다. 체력 소모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심한 일이었다. 쓰레기통을 비울 때 캔에서 다 마시지 않은 음료가 줄줄 샐 때면 분노가 일었다. 바닥 청소를 다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바닥의 스테이플러 조각을 일일이 주울 때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주님, 공부하러 미국 왔는데 이곳 화이트칼라 뒤치다꺼리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체력도 없습니다.” 이때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 이 깨달음을 얻은 뒤론 청소하거나 빨래를 갤 때도 예배하듯 최선을 다했다. 같이 일하는 미국인과도 가깝게 지내며 삶과 신앙 가운데 노동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책상에서 배울 수 없는 깨달음을 몸으로 얻은 경험이었다.
유학 기간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일터사역의 바탕이 된 노동관과 직업관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신학생이 책상에서 공부만 하는 걸 반대해왔다. 20여년 전부터 나름 ‘목회자 이중직’을 주장한 셈이다. 목회자도 일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평신도의 삶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생각을 밖으로 전하진 못했다. 당시 한국교회엔 ‘목회자는 신학 공부에만 매진해야지 일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주제로 대화하다 나와 생각이 다른 후배 목회자와 갈등이 생긴 일도 있다. 지금도 나는 경제적 필요가 있다면 목회자가 일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일터 영성이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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