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안 된다고요?… 가족부양 위한 고육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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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단체 간사들의 꿈은 최저임금이다.
선교단체에서 홍보간사로 12년간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Y(38)씨는 "선교단체 간사 가운데 최저임금만 받아도 좋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선교단체 간사들의 경우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고 해도 월 572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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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단체 간사들의 꿈은 최저임금이다. 선교단체에서 홍보간사로 12년간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Y(38)씨는 “선교단체 간사 가운데 최저임금만 받아도 좋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일 고시한 2024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주 40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일해 받는 돈이 206만740원이다. Y씨가 퇴직에 즈음해 받은 사례비는 세전 200만원 남짓이다. Y씨는 “제가 속해 있던 단체의 경우 임금이 타 단체에 비해 높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돼 가족 부양 부담이 늘어난 간사들은 경제 상황 때문에 사역을 그만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4인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572만원이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중간에 위치한 값을 말한다. 평균소득에 비해 초고소득 가구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정부는 복지 대상 선정에 중위소득을 활용한다. 선교단체 간사들의 경우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고 해도 월 572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외벌이가 되면 생활비 지원을 받는 생계급여 대상 가구(2024년 4인가구 기준 183만3572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빈곤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3년 전 카페를 창업한 A선교단체의 B간사(39)는 가까스로 생계급여 대상을 넘겼다. 둘째가 태어났을 무렵 그가 받던 사례비는 월 188만원이었다. 지금도 사례비는 오르지 않았다. 그는 가족 부양을 위해 부득이 사역과 사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가 속한 단체에서 겸직을 금하고 있다는 점이다. B간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차세대 사역자 네트워크인 한국어깨동무사역원 윤은성 어반데일로컬센터장은 “어쩔 수 없이 이중직을 택하는 건 비단 A단체만의 일이 아니다”며 “춘천과 대구 부산 등지에서 선교단체 간사들이 차린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센터장은 “최근 여러 대표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직 겸직을 허용하는 데까지는 인식이 무르익지 못했다”며 “목사들의 이중직이 보편화하고 선교계에서도 선교로서의 직업(BAM·Business As Mission)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선교단체 간사들에게만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요식업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예배팀 제이어스(대표 김준영)의 버거 전문점 ‘자이온’과 위기 청소년을 위한 선교단체 양떼커뮤니티(대표 이요셉 목사)가 차린 식당 ‘옥면가’의 사례는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두 단체 대표는 모두 30대 후반이다.
윤 센터장은 “선교단체의 재정 구조가 악화하고 간사들의 기본 생활 유지가 어려워질수록 길을 찾기 위한 간사들의 도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틀어막기만 하면 결론은 이탈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며 단체 리더들이 지혜를 모을 때”라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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