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시게토의 마켓 나우] 내년에도 엔저가 계속될 이유

2023. 8. 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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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의 향방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가 지난 4월 32대 일본은행(BOJ) 총재로 취임했다. 그의 임무는 분명하다. 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가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취한 극단적인 통화완화 조치들을 재평가해 부작용이 심각한 정책을 폐지하는 일이다. 실제 우에다 총재는 지난 25년간의 통화정책을 종합 재평가하는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런데 그는 재평가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7월 일본 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확대했다. 이전까지는 ‘수익률 곡선 관리(YCC) 정책’에 따라 장기금리가 ±0.25%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BOJ가 국채를 마구 사들였다. 이제는 변동폭이 ±0.5%까지 넓어졌다.
마켓 나우

필자가 보기에 우에다 총재의 목표는 기준금리 조절이라는 정통 완화 정책으로의 복귀다. 그는 양적 완화(QE)를 중시하지 않는다. YCC처럼 장기 금리를 엄격하게 조절하는 정책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이다. 그런데도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시행될 우에다 총재의 정책 조정을 통화 완화의 후퇴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완화의 후퇴가 아니다. 그의 지향점은 한결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완화 정책으로 복귀다. 지금 BOJ는 최근 25년간의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재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된 극단적인 통화 완화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재평가 결과에 따라 효과를 잠식할 정도로 부작용이 큰 완화 정책들은 중단될 전망이다.

일본의 실물 경제 상황으로 보아 통화완화 철회는 어렵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태가 전례 없는 임금 상승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경직성,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유지되는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때문에 물가상승 목표인 2%가 안정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YCC 등 극단적인 완화 조치가 내년에 수정되더라도 기준금리는 앞으로 몇 년간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또 성장둔화가 장기 금리를 1% 이하로 붙들어 둘 가능성이 크다.

무역 적자 흐름 또한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릴 전망이다. 일본 시중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외국 채권 등을 살 때 (엔저 현상 때문에) 외환 헤지비용이 커지고 있다. 그 바람에 시중은행 등이 계속 일본 국채를 사들일 수밖에 없어 금리상승이 억제된다는 얘기다. 내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일본의 통화완화가 이어지더라도 엔화 가치가 서서히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일 국채 금리차가 내년에도 클 전망이어서 엔저 현상은 이어질 듯하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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