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중세 전설의 섬, 몽생미셸
노르망디 지방 아브랑슈의 주교였던 오베르의 꿈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나 세 번이나 계시를 내렸다.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708년 멀리 이탈리아 몬테가르노에서 화강석을 들여와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증축과 보수 끝에 환상의 명소, 몽생미셸(성 미카엘의 산)을 완성했다.
입지부터 환상적이다. 해안에서 1㎞ 정도 떨어진 외딴 섬 정상에 교회와 수도원을 세웠다. 해안의 간만 차는 14m나 되어 썰물 때 모래톱으로 육지와 연결되나 밀물 때는 사방 바다에 잠긴 고도가 된다. 바위섬과 건축물은 원래 하나의 피라미드형 덩어리였던 듯 일체가 되었다. 멀리서는 단일한 실루엣이 뾰족 솟아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중세 건물과 암괴가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모파상이나 빅토르 위고뿐 아니라 중세 배경의 수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에 끊임없이 영감을 준 곳이다.
노르망디 지역은 원래 독립 공국이었으나 중세 내내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분쟁 지역이었다. 잦은 전란 속에서 몽생미셸은 수도원이자 군사 요새로 위상을 더하게 된다. 종탑 꼭대기에서 칼을 쳐들고 있는 미카엘은 사탄과 싸워 이기는 최고의 수호천사였다. 백년전쟁 때 프랑스의 군사기지로, 프랑스 혁명기에는 ‘해상 바스티유’라는 감옥으로 쓰였다. 원래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당이 있었는데, 영국군 공격으로 일부가 무너져 제단부는 고딕 양식으로 복구해 전쟁의 흔적을 남겼다.
로마나 산티아고와 더불어 중세 기독교의 중요한 성지였고 좁은 골목길의 상점과 호텔들은 순례자의 마을이었다. 하늘나라 바로 아래에 천사가, 그 아래 교회와 사제들이, 더 아래에 신자와 일반인이 사는 중세적 세계관 그대로 몽생미셸은 건축되었다. 바위섬은 바다가 깎고 바람이 빚었으나 교회와 마을은 하늘이 세우고 역사가 가꾼 곳이다. 바다를 건너고 구불거리는 골목을 지나 교회로 올라가는 가파른 순례길은 곧 유럽 중세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역사의 길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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