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樂而不淫, 哀而不傷(낙이불음 애이불상)
2023. 8. 14. 00:36
공자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재의 하나로 주나라 때 『시(詩)』를 사용했는데 제1장인 ‘관저편’에 대해 “즐거우면서도 넘침이 없고, 슬프지만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노래”라고 평가하고, 그런 시와 노래를 좋은 시라고 가르쳤다.
사람은 아무리 진한 즐거움이라도 몇 번 겪고 나면 시들해져서 더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욕망이 발동한다. 종국에는 단물로 갈증을 풀려고 하는 지경에 이르러 파멸을 맞게 된다. 마약중독이 바로 그런 사례다. 즐기되 넘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슬픔은 모든 다정했던 인연들과의 이별이 그 원천이다. 만날 때 이미 이별이 잉태되었음을 잘 알면서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슬퍼한다. 억울하고 갑작스러운 이별은 슬픔과 분노를 더 하게 한다. 그래도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음악으로 슬픔을 더 아프게 고이도록 하지는 말아야 한다.
요즈음 우리 노래가 즐거움 면에서도 슬픔 면에서도 너무 ‘찐’하여 넘치고 다침이 많은 것 같다. ‘찐’한 것은 자칫 죽음을 부른다. 낙이불음, 애이불상! “즐거우면서도 넘침이 없고, 슬프지만 마음과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 노래를 좋은 노래로 여긴 공자의 말을 음미해야 한다.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단물도 짠물도 아닌 맹물이기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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