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존폐 기로의 LH, 이번이 환골탈태의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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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누락 단지 5곳 늘고 전수조사 대상도 누락
3월 발표한 새 비전 ‘국민중심 경영’이 이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아파트 가운데 철근이 빠진 단지가 당초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5곳 더 늘어난 20개 단지로 밝혀졌다. 철근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게 LH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축소 발표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LH는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조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조사 대상이 당초 발표했던 91곳이 아니라 102곳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조사 대상 아파트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기본적인 공사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전수조사까지 거론할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
전수조사 대상에 누락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작업 현황판조차 취합이 안 되는 LH가 이러고도 존립 근거가 있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원 장관의 지적은 백번 옳지만 그렇다고 LH를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LH 혁신 방안 발표는 2년 전에도 있었다. 3기 신도시 땅 투기에 LH 임직원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2021년 6월 인력 감축과 직원 재산 등록 등을 골자로 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 방안’이 나왔다. 노형욱 당시 국토부 장관은 머리 숙여 사과했다.
LH의 ‘혁신’ 발표는 그 후에도 계속됐다. LH는 올해 3월 ‘국민 중심 경영’을 선포했다. ‘살고 싶은 집과 도시로 국민의 희망을 가꾸는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웠다. “청렴영생 부패즉사”의 각오로 불공정한 건설 문화를 근절하고 안전 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확고히 정립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했다.
LH는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해 출범했지만 당초 목표한 대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직 진단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장조차 “조직의 지나친 비대화로 보고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고 공개 언급했을 정도다. 특히 사장이 주공·토공 출신별, 직렬·직종별 칸막이 문화를 얘기하면서 “통합 후에 자리 나눠먹기를 해 건축직이 아니어서 건축도면도 볼 수 없는 토목직이 구조견적단에 있었다”고 말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안전 경영을 약속하고 번지르르한 비전을 선포하면서 이런 치명적인 조직 내 결함은 방치됐다.
이번 혁신안이 마지막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LH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신도시와 공공주택을 만들고 주거복지를 제공하는 공기업 LH의 존립 근거는 정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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