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바캉스 케어의 골든 타임
이제는 뜨거운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을 지울 타이밍. 시작은 얼굴에 들어찬 열을 빼내는 것이다. 강한 자외선을 쐬면 피부 민감도에 따라 얼굴이 곧바로 붉어지기도 하고, 하루이틀 시간이 지난 후에 울긋불긋해지는데, 이때 즉각적인 쿨링 케어에 돌입해야 피부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시간 태양에 노출돼 피부 온도가 상승하면 탈수와 선번 등을 유발하고, 멜라닌 색소를 과도하게 생성하거나 피부 처짐과 주름 같은 광노화 증상 등 각종 트러블을 일으키기 때문.
일반적으로 선번이라는 일광화상은 얼굴이 빨갛게 붓고 화끈거리며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기는데, 전자의 경우 하루에 20분씩 서너 번 냉찜질하는 것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둔 제이드롤러로 피부 표면의 열을 내리고, 면적이 넓은 화장 솜에 멸균 식염수를 묻혀 냉장고에 10분 정도 넣어놨다가 얼굴에 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붉은 부위가 부풀어 오르다가 물집이 생겼다면 하루빨리 병원에 가는 게 상책.
자칫 물집이 터져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손으로 만지는 것은 금물이다. 병원에 가서 물집을 제거하고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소독한 바늘로 물집에 구멍을 낸 후 멸균 거즈를 붙여 상처 부위를 진정시키고, 아스피린이나 인도메타신 성분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통증을 완화해야 한다. 하루에 약 2L씩 물을 섭취하고 상처가 아문 후부터 세라마이드와 판테놀, 마데카소사이드 등의 성분을 함유한 보습제를 활용해 피부를 관리하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 피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간혹 일광화상과 햇빛 알레르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치료법이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 “햇빛 알레르기는 피부 발진의 원인으로 태양광이 지목될 때 종종 사용되는 용어지만, 피부과적 진단명은 아닙니다. 일광 두드러기, 만성 광선 피부염, 다형광 발진과 같은 광과민성 질환 등 특정 질환의 범주에 넣기 어렵지만 햇빛과의 연관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피부 발진을 의미하죠. 일반적인 일광화상과 달리 햇빛 알레르기는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해요.”
클린업피부과 일산점 피부과 전문의 남상호 원장의 설명이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몸속 면역 체계가 이를 이물질이 유입한 것으로 인식해 각종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특정 물질에 대한 항원성을 증가시켜 면역 체계에 의한 광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되면 각종 햇빛 알레르기 증상이 몸 밖으로 나타나는 것. 가려움과 두드러기, 진물 등이 대표적 증상으로, 심한 경우엔 항히스타민제를 섭취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야 하니 실내에 들어갔는데도 이 같은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체하지 말고 피부과로 발걸음을 옮길 것.
얼굴 위의 후끈후끈한 열을 내렸다면 손상된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단계로 넘어가자. 각질층의 중요한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와 단백질 구성 성분인 펩타이드가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건 많이 알고 있을 터. 포츠담 베를린 피부 레이저센터 피부과 전문의 에릭 페촐트(Eric Petzold)와 타냐 피셔(Tanja Fischer) 박사는 햇빛에 의해 피부가 손상됐을 때 단순히 겉 표면의 회복에만 급급하지 말고 근본적인 내구력과 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부 가장 바깥층에 피부 장벽이 있다면 그 아래엔 콜라겐과 탄성 섬유, 섬유아세포를 생성하는 층이 있지요. 이제는 화장품뿐 아니라 피부과 시술과 이너 뷰티의 밸런스를 통해 피부 스스로 재생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회복 범위를 넓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그들이 제안하는 방식은 이렇다. 낮에는 수분 공급을 급선무로 삼아 히알루론산과 비타민 C · E를 함유한 세럼이나 크림을 사용하고 자외선차단제를 바른다면, 밤에는 항균 · 항염 작용을 하는 아젤라산이나 항노화 효과를 지닌 소량의 코엔자임 큐텐 등의 성분을 함유한 보습제로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고 재생을 촉진시킨다.
여름의 흔적이 진하게 남았다면 피부에 비타민을 고압 주입하는 ‘제트필(Jetpeel)’이나 연어에서 추출한 DNA 블록을 진피층에 주사해 피부 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는 ‘폴리뉴클레오티드(Polynucleotide)’를 이용한 시술도 눈여겨볼 것.
제트필은 초음속으로 가속화된 산소와 재생을 촉진하는 약물을 미세한 방울 형태로 피부에 분사해 표피의 죽은 세포층을 벗기고 진피 재생을 자극하는 원리로, 피부 장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림프 순환을 개선해 재생 능력을 활성화한다. 보다 근본적인 재생 케어를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너 뷰티!
과도한 햇빛은 그 자체로 피부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자외선에 대한 피부의 자체적 보호 기능을 촉진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항산화 기능이 있는 음식과 보조제. 콜라겐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라이코펜 성분을 함유한 토마토와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는 당근, 녹황색 채소를 주스처럼 갈아 마시거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사프란, 세포 보호 기능이 있는 나이아신아마이드, 세포의 에너지 레벨을 높이는 ‘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티드(NADH)’ 성분이 들어간 보조제를 추천한다. 손상된 피부 안팎의 밸런스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방식으로 근본부터 탄탄하게 케어한다는 계획이다.
2 로즈 딥 하이드레이션 에멀전, 6만3천원, Fresh.
3 하이드라 에센셜 모이스처라이즈 앤 퀀치, 6만8천원, Clarins.
4 워터-풀 리밸런싱 에멀전, 6만2천원, Su:m 37°.
5 이드랑스 부스트 세럼, 4만8천원, Avène.
6 하이드라 수딩 컨센트레이트 세럼, 16만8천원, Mary cohr.
손상된 피부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면 보습에 총력을 기울일 타이밍. 선번을 회복하고 난 뒤엔 피부 탈수로 인해 각질이 올라오는데, 급한 마음에 손으로 떼어내거나 화학적 각질 제거제를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지성 피부에 나타나는 기름기 있는 각질이나 지나치게 두꺼운 각질을 스팀 타월로 불리고 살짝 밀어내는 정도라면 모를까, 피부 탈수로 인한 건조 때문에 일어난 각질은 보습 성분으로 누그러뜨려야 한다. 아직 피부가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므로 자칫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는 오일 제품보다 수분 가득 채워주는 제품으로 피부를 흠뻑 적셔줄 것.
아벤느의 이드랑스 부스트 세럼은 히알루론산에 피부 장벽을 강화해 주는 비타민 B3와 NMF 부스터를 함유해 피부 안팎으로 쫀쫀한 수분감을 더하고, 클라랑스의 업그레이드된 하이드라-에센셜 에멀전은 고분자와 저분자 히알루론산으로 이뤄진 히알루론산 파워 컴플렉스에 피부 속 수분 흡수를 부스팅하는 칼랑코에 추출물을 더해 피부 속부터 수분광이 차오르는 느낌을 선사한다.
마리꼬 하이드라 수딩 컨센트레이트 세럼은 피부 표피의 수분 길을 열어주는 하이드라포린 성분을 함유한 수딩 젤로, 냉장고에 넣고 수분 팩처럼 활용하면 즉각적인 쿨링 · 진정 효과가 압권이다. 숨37°의 워터-풀 리밸런싱 에멀전은 산뜻한 젤 타입의 수분 진정 로션으로 민감성 피부 사용 적합 테스트를 받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발몽의 모이스처라이징 부스터는 강력한 보습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듬뿍 담고 있어 수분을 집중 공급해 주며, 프레쉬 로즈 딥 하이드레이션 에멀전은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다마스크 로즈 추출물과 토닝 효과를 선사하는 로즈 플라워 오일 등을 함유한 제품으로 피부에 촉촉한 보호막을 씌워 만족스럽다. 각질이 지저분하게 올라왔다고 유분기가 가득한 크림으로 무작정 누르면 또 다른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부를 촉촉하게 적시고 물길을 틔우는 가벼운 세럼이나 에멀전 제형을 차곡차곡 쌓는 방법으로 피부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이자.
두피도 장시간 강렬한 햇빛을 받으면 일광화상을 입고 심하면 각질이 일어난다. 약 10~15℃의 찬물로 두피 열을 식히고, 그날 하루는 샴푸를 사용하지 말 것. 샴푸 속 계면활성제가 두피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꼼꼼하게 헹구지 않으면 가뜩이나 손상된 두피에 피부염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두피 쿨링 제품에 흔히 들어가는 멘톨이나 페퍼민트 성분은 일시적 쿨링 효과로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사용이 요구된다.
손상된 두피에 추가적으로 직사광선을 쐬면 회복이 느릴 수 있으니 모자나 양산을 활용해 자외선을 차단하자. 약산성 샴푸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본래 약산성인 두피의 pH 농도와 유사한 약산성 샴푸는 실제 두피와 모발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다만 약한 세정력 탓에 지성 두피가 사용하면 두피 트러블이나 비듬이 생길 수 있으니, 일반적인 알칼리성 샴푸와 번갈아가며 사용하길 권한다.
요즘 셀프 태닝을 많이 하는 추세인데, 이에 따라 휴가지에서 돌아오면 피부가 얼룩덜룩 지저분하게 타는 경우가 많다. 인공 자외선을 균일하게 쐬는 기계 태닝과 달리 셀프 태닝은 빛의 강도와 시간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없기 때문. 보디 피부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피부가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레이저 시술을 서두르지 말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세라마이드와 판테놀, 시어 버터, 피토스핑고신 등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함유한 모이스처라이저로 영양을 채우고, 보디 워시도 향보단 촉촉한 마무리감에 중점을 둔 제품으로 바꾸자. 보디 케어에서 잊지 말아야 할 부위는 발꿈치!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염분이 가득한 바닷물이나 염소 성분이 들어간 수영장 물에 오래 닿으면 까끌까끌한 각질이 자리 잡은 발꿈치와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부석 가루와 파파야 추출물, 살리실산 등 각질을 부드럽게 제거하는 성분을 함유한 스크럽을 사용한 후 풋 전용 보습제로 부드럽게 마사지하자. 일반적인 보디 크림과 달리 풋 크림은 페퍼민트와 멘톨 등 발냄새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성분을 함유해 바르는 것만으로도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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