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출전 못할 뻔 했던 신호진, MVP 품에 안았다
출전도 못 할 뻔 했는데, MVP까지 거머쥐었다. OK금융그룹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22)이 컵대회 욍별로 떠올랐다.
OK금융그룹은 1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그동안 컵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했던 OK금융그룹은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수훈갑은 신호진이었다. 신호진은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34점(공격성공률 72.34%)을 올렸다. 팀의 주포로 공격을 책임졌다. 전날 파나소닉과의 준결승전에서 데뷔 이후 단일 경기 최다 득점(31점) 기록을 세웠던 신호진은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호진은 기자단 투표에서 27표를 받아 4표를 받은 팀 동료 차지환을 제치고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신호진은 "MVP는 생각 못 했다. 많은 득점을 냈지만, 형들과 동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기지도 못했을 거 같다. (세터 곽)명우 형한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형들이 커피 가지고는 안 된다고 해서 고기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OK와 삼성은 매세트 접전을 펼쳤다. 신호진은 "전체적으로 형들도, 저도 몸이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 배구를 해서 이겼다. 좋은 경험"이라며 "사실 2세트까진 계속 몸이 무거웠다. 잘 안 뜨고, 여유도 없었다. 3세트부터 몸에 땀이 나면서 컨디션이 돌아왔다. 4세트 때부턴 블로킹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화재는 박성진이 30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고, MIP를 수상했다. 신호진과 박성진은 드래프트 동기이자 포지션이 같다. 신호진은 "박성진의 플레이 때문에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점수를 낼 때마다 '잘 한다'는 생각 많이 했고, 더 차분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했다.
사실 신호진은 이번 대회 코트를 못 밟을 수도 있었다. 중국 청두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신호진은 조별리그 첫 경기엔 뛰지 못했다.
그러나 8일 새벽 입국해 그날 열린 조별리그 2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교체로 출전했다. 공교롭게도 주전 송희채가 이번 대회 부상으로 결장했고, 아포짓을 맡았던 전병선이 대한항공전에서 발목을 다쳐 신호진이 줄곧 아포짓으로 나섰다. 신호진은 "대한항공전이 제일 힘들었다. 약간 과장하면 술 한 병 먹고 뛴 것 같았다. 피로하고, 숨이 찼다"고 웃었다.
신호진은 "유니버시아드를 다녀와서 바로 경기에 뛸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다. 교체로 나가 경험 쌓고, 리그를 준비하려는 마음이었다. 갑자기 병선이 형이 다쳐서 우연찮게 들어갔는데, 우연찮게 잘 됐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사실 U대회를 다녀와 쉬는 선수들이 부럽끼도 했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니까 뛰었다. 이럴 때 또 해야만 프로 선수"라고 했다.
그는 "(갑자기 들어갔지만)자신감은 있었다. 해외 선수들을 상대하다 국내에 와서 뛰니까 안 먹혔던 기술들이 먹히는 상황도 있었다.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니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신호진은 일본인 사령탑인 오기노 감독과 대화하기 위해 일본어 연습도 하고 있다. 그는 "노력을 많이 했다. U대회 때 일본 팀 친구과도 대화를 했다. 모르는 부분은 번역기를 돌려서 대화했다. 감독님과도 일본어로 얘기를 좀 나눴다. 파나소닉의 다루미 유가와도 숙소 방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다. 완전한 정도는 아니고, 버벅거리긴 하지만 30~40% 정도는 통한다"고 소개했다.
인하대 4학년인 지난해 프로에 뛰어든 신호진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시즌 초반엔 큰 기대를 모으며 주전으로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점차 출전기회가 줄었다. 결국 신인왕 경쟁에서도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오기노 감독은 신호진 활용에 대해 "아직은 외국인선수들이 합류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레오는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오가 아포짓으로 뛴다면 신호진은 리시빙 라이트 또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야 한다. 신호진은 "스파이크 서브 리시브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규리그 땐)포지션 변경이 되겠지만 그 속에서도 착실하게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최대한 즐겁게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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