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총선 문 앞서 기다리는 ‘웩더독’ [신율의 정치 읽기]
세계 잼버리 행사 부실, 여야 모두 책임져야
주요 사안 합리적 관리해야 총선 승리 가능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당들은 몸조심, 입조심을 하게 돼 있다.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야기한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뜨거울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발언 당사자들이 4번이나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돌발 실수’ 말고도 예상 가능한 ‘지뢰밭’이 도처에 깔려 있다. 올 하반기를 강타할 지뢰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본 정부에 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들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류에 따른 일본 국내와 국제 정치에 미칠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8월밖에 없기 때문이다. 11월에는 후쿠시마 현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와테, 미야기 등 방류 주변 지역 현에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이뤄진다. 4월에는 우리나라 총선도 있다.
일본 지방선거를 생각해보면, 일본 어민 반발이 선거 변수가 될 수 있다. 해류상 오염수가 홋카이도를 거쳐 러시아 알래스카, 캐나다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본 어민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말을 어민들이 믿는다 해도, 일본 수산물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기에 수산물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래저래 일본 어민들은 방류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방류 또한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만 선거도 일본에는 중요하다. 방류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면, 대만에 친중국 노선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 이때 일본 안보에는 지장이 초래된다. 일본 입장에서 우리나라 총선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에서 일본은 ‘방류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이른 시간에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방류가 시작된 이후 인근 해역의 방사능 수치와 3중 수소 농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이 데이터를 이른 시간에 공표해 오염수 방류 논란이 자국 선거와 인근 국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단 방류 초기에는 우리나라 여권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아무리 오랜 시간 논란을 일으켜 이미 여권 지지율에 녹아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야당 역시 이 문제를 다시 극렬히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
또 하나는 11월 말에 있을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다. 부산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이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권에 분명한 호재가 될 테다. 실패하면 여권 책임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이 엑스포 유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잼버리 대회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국가가 엑스포를 치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경쟁국이 제기할 수 있다.
본래 간척지에는 큰 나무를 심을 수 없어 숲 조성이 불가능하다. 이는 8년 전 일본에서 개최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2015년 7월 28일부터 8월 8일까지 일본 야마구치현 키라라하마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렸는데, 해당 지역도 간척지였다. 대회 당시 일본 낮 기온은 35~40도에 육박했고, 습도도 80%까지 치솟았다. 열사병과 탈수, 피부 화상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문제는 이런 사례를 보고도 간척지에서 동일한 대회를 치르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새만금에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된 시점은 2017년 8월이었지만, 우리나라 국내적으로 새만금에서 대회를 치르자고 결정한 시점은 2015년 9월이다. 2015년 9월은 일본 사례를 이미 충분히 알 수 있는 시점인데, 무슨 이유에서 간척지에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려고 했는지가 궁금하다.
또한, 일본 사례를 봤으면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도 문제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과연 무엇을 했으며, 윤석열 정권 15개월 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일본은 간척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물 고임’은 해결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그 많은 인원이 올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텐데, 샤워 시설과 화장실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예상하지도 못했다.
결국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했지만, 그렇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가부는 국회에서 “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는데,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의 출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마무리가 잘된다 해도 어쨌든 대회 파행은 K-컬처로 대표됐던 우리나라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테다.
이와 관련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책임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10월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구청장 보궐선거지만, 총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라는 점에서 볼 때 거대 양당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강서구는 본래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승리하면 ‘당연한 일’이 된다. 반면 민주당이 패하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절대 패해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의 선거’다. 국민의힘 고민도 크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보수 구청장을 당선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만일 이번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수성에 실패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명분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실시의 ‘원인 제공 정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김태우 전임 구청장은, 부정이나 부패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 관련 사안을 폭로해 그만두게 됐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김태우 전 구청장 행위의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에 대한 사면 복권이 결정됐다. 이제 국민의힘의 ‘의지’보다는 김태우 전 구청장의 ‘명예 회복 의지’가 보궐선거를 흔들 수 있는 더 큰 요인이 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이제 여야 모두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됐다.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런 사안들에서 누가 상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느냐, 그래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가에 따라 총선의 승패는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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