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끝난 잼버리... 누구 책임인가
[류승연 기자]
▲ 벌레에 물린 잼버리 참가자의 다리 모습 |
ⓒ 연합뉴스 |
진상을 규명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데는 여야 모두 한 마음 한 뜻이다. 그러나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논란의 근본 원인과 해법,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에 이르기까지 여야는 갖은 방면에서 시각 차를 보이고 있다.
▲ 국회 여성가족위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잼버리 대회 준비 부실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13 |
ⓒ 연합뉴스 |
여당은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시작점에 '새만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애초에 간척지가 잼버리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게 문제였다는 주장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잼버리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그야말로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라며 "전라북도(전북도)는 매립한 지 10년이 넘어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멀쩡한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아직 메우지도 않은 '생(生) 갯벌'을 개최지로 밀어붙였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동안 전북도가 새만금 개발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잼버리 대회를 개최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떴지만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 기피로 개발이 오래 지연됐다. 그런데 잼버리 대회 개최지가 새만금으로 결정되면, 나라가 어떻게든 땅을 매립하려 할 터였다. 결국 전북도가 간척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갯벌'이었던 부지가 잼버리 개최지로 결정된 후, 해당 부지가 '농업용지'로 전환된 것도 문제였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으로 매립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지만, 농업용지는 보통 평평하게 조성되는 탓에 배수가 원활하지 않다. 이로 인해 해당 부지에 물웅덩이가 생겼고 해충까지 들끓는 원인이 됐다.
▲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 대회 진행 과정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하고 있다. 2023.8.13 |
ⓒ 연합뉴스 |
그러나 야당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정부의 미숙한 운영에서 찾고 있다.
잼버리 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이기도 했던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 직후 "부지 선정이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5만여 명이 한번에 들어가는 장소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새만금 부지가 행사 진행에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만금 지역의 장점에 대한 홍보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부지는) 몇 가지 문제만 극복했다면 멋진 잼버리 야영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비가 많이 온 상황에서 물을 '펌핑'하면 야영이 가능하다는 게 기본적인 판단이었고 근본적으로 안 되는 곳이 아니었다"며 "또 마지막까지 폭우, 폭염, 해충 등을 걱정했지만 예산만 잘 편성해 진행했다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부지 선정보다 오히려 예산이 적절하게 편성되지 못했던 점 등 '운영 미숙'이 잼버리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김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 등 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 5명이 한 자리에 모인 지난 6월, '비상 예산'을 편성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김 장관과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날 "침수와 폭염에 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저는 최소 20억 원의 (비상 예산을 편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면서도 "하지만 김 장관은 예산이 없다며 '필요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고성이 오갔고 파행했다"고 전했다.
예산과 관련해선 여당 역시 여가부와 전북도의 예산집행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앞서 정경희 의원은 "2020~2022년 회계연도 결산에서 여가부가 전북도에 지원한 잼버리 보조금의 예산집행률은 각각 0%, 39.1%, 42.1%로 3년 내리 매우 저조했고 조직위 역시 2021년 회계연도에 여가부 보조금 집행률이 고작 32.3%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역시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고 잼버리 사태의 원인을 정부의 미숙한 운영에서 찾았다.
김 수석부의장은 "잼버리 개영식으로 지쳐버린 스카우트 대원들 중 온열 환자가 무려 108명이나 발생했다"며 "영국과 미국 (잼버리 참가자들이) 철수하자 부랴부랴 냉방 버스 262대와 그늘막 69동을 추가 설치하고 기존 70명이던 청소 인력을 1,400명으로 늘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왜 미리 못했냐"고 지적했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입장해 자료를 점검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여야가 잼버리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보니 '책임 대상'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는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 대회 파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실제 현장을 책임지고 예산 집행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전·현직 전라북도지사의 부실 준비"라며 "애초에 배수 문제가 지적됐지만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에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은 전북도와 민주당 정치인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회 유치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7년 8월"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잼버리 파행은 무능·무대책·무책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3무' 국정운영이 모두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조직위원장 5명 중 실무 책임 부서인 여가부 장관과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여한다. 정부가 결정하고 전북도가 집행하는 행사를 전북도 책임이라고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대통령 사과와 국무총리의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또 "새만금이 잼버리 대회의 개최지로 결정된 건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라며 "잼버리가 끝난 후 정부 여당은 없애려고 한 여가부를 희생양 삼고 전라북도에 모든 책임을 씌우며 빠져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정경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 문책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여가부 간사로서)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