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고군분투' 안타까운 현지 반응 "크로스 받을 선수가 없다"
김명석 2023. 8. 13. 19:11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의 ‘데뷔전 임팩트’에 현지 평가도 단번에 바뀐 모습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적한 공격수 입지마저 흔들리기 시작할 정도다. 공격진에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한 모습에, 이강인을 지원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의 아쉬운 활약을 지적하는 평가까지 나왔다.
프랑스 풋메르카토는 13일(한국시간)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데뷔전을 치른 ‘한국의 보석’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양쪽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와 과감한 플레이로 활약하며 전반 PSG 경기력의 기폭제가 됐다”면서 “안타깝지만 PSG엔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할 선수가 없었다”고 평했다.
이날 이강인은 로리앙과의 2023~24 프랑스 리그1 개막전에 선발 출전, 주로 오른쪽 측면에 포진해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세 차례 직접 슈팅을 시도하면서 상대 골문도 공략했고, 드리블도 두 번이나 성공시켰다. 패스 성공률은 88%였다. 다만 무려 12개나 시도한 크로스는 2개만 동료에게 연결됐다. 현지 매체는 이 기록을 이강인의 부정확한 킥력이 아니라 문전에서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할 만한 공격수의 부재로 분석했다. 이강인이 좋은 활약을 펼친 데 반해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매체 평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이강인의 풋메르카토 평점은 6점으로 팀 내 2위였다. 미드필더 우가르테가 7점으로 유일하게 이강인보다 더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강인과 함께 호흡을 맞춘 다른 공격수들은 4.5~5점에 그쳤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곤살루 하무스가 5점, 이강인과 반대편 측면 공격을 이끈 마르코 아센시오가 4.5점을 받았다.
이미 리오넬 메시가 떠난 인터 마이애미로 떠난 가운데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도 불투명한 거취로 이날 모두 결장한 상황. PSG의 이날 공격진 스리톱은 모두 이적생들이 꾸렸는데, 이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건 이강인 혼자였다는 의미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강인을 ‘백업 자원’ 정도로 분류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반전 활약이기도 하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7시즌을 뛴 뒤 자유계약을 통해 PSG로 입단한 아센시오는 현지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이강인이 PSG 예상 선발 명단에서 빠진 사이 아센시오는 주전 입지가 단단할 것이라는 게 현지 공통된 전망이었지만, 이날 단 한 경기만으로 평가가 크게 엇갈린 셈이다.
풋메르카토는 “아센시오는 이날 부진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흥미로울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며 “만약 이강인이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새로 합류한 우스만 뎀벨레 역시 기대만큼 활약을 보여준다면 아센시오가 선발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무래도 전 소속팀이 레알 마드리드인 아센시오와 마요르카인 이강인 간 선입견이 있었겠으나, 리그 개막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에선 차이가 컸다는 의미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이 이강인의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나왔으니, 자신을 향했던 의구심 섞인 평가를 이강인 스스로 뒤집어버린 경기가 됐다.
실제 이날 이강인은 전반 8분 만에 상대 수비수 3명 사이를 돌파한 뒤 하무스에게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건네거나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며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는 등 활발하게 공격진을 이끌었다. 후반 37분 위고 에키티케와 교체될 때까지 이날 나선 공격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볼 터치(85회)를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공격의 중심에 섰다는 뜻이기도 했다.
88%에 달한 패스 성공률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키커도 전담하면서 날카로운 킥력도 과시했다. 풋메르카토는 우가르테에게 최고 평점을 줬지만, 프랑스 리그1 사무국은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더플레이어’로 이강인을 선정하며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선수인 메시가 뛰었던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자신의 활약에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호평했다.
이강인의 고군분투에 현지 매체가 더욱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날 PSG가 경기를 압도하고도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기 때문이다. PSG는 78%의 점유율 속 슈팅 수에서 20-4로 크게 앞서고도 끝내 1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강인의 크로스를 받아줄 만한 선수가 PSG엔 없었다”는 아쉬움이 나온 이유였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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