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이 홍수 피해 막아? 이것 좀 보십시오

정수근 2023. 8. 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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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태풍에 제방 붕괴한 군위 남천... 2020년엔 낙동강 본류 둑 붕괴, 보가 오히려 홍수 유발

[정수근 기자]

 군위 남천의 제방 붕괴로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 땅이 침수됐다.
ⓒ 정수근
태풍 카눈이 물러가자마자 <조선>은 "또 둑 터진 지방 하천… '4대강사업' 한 낙동강 본류는 멀쩡"이란 기사를 실으면서 4대강사업 맹신론을 이어갔다. 4대강사업 때문에 그간 낙동강 본류는 멀쩡했는데 환경단체와 야당의 반대로 4대강사업식 하천정비사업을 하지 않은 지류에서 제방이 붕괴됐다는 소리다.  

남천 제방 붕괴 현장 가보니

과연 그런가 확인하기 위해서 12일 이번 태풍 카눈으로 제방이 붕괴돼 수해를 입은 대구 군위군의 남천 현장을 찾았다. 남천과 만나는 위천 합수부를 통해 남천 제방으로 들 수 있었다.

제방길을 타고 들어가면서 본 좌측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의 모습은 처참했다. 축사가 물에 잠겼다 빠진 흔적이 역력했고, 소먹이풀을 말아둔 곤포사일리지는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하우스는 무너졌으며 침수됐다 물이 빠진 논밭에는 온통 진흙이 흔적을 남겨 놓았다.
 
 남천 제방 붕괴로 불어난 강물에 의해서 하우스가 폭삭 주저앉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후 2시경 필자가 다다랐을 때 수해복구로 투입된 공무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오전 일을 마치고 현장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이들을 뒤로 하고 상류 제방으로 더 향하니 제방 붕괴 현장이 나오고, 두 대의 트럭이 하천 둔치의 흙을 긁어와서 굴착기 한 대가 열심히 제방 복구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퍼온 모래로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붕괴된 제방 아래 깔고 그 위에 흙을 채워서 제방을 쌓는 응급복구 공사였다. 붕괴된 제방은 오래돼 보였다. 콘크리트 블록은 요즘 사용하는 것이 아닌 오래된 형태의 블록이었다. 현장 인부의 증언에 따르면, 건설된 지 20년 이상 된 제방이었다.
 
 군위 남천의 제방이 태풍 카눈으로 인한 불어난 강물에 의해서 붕괴됐다. 보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
ⓒ 정수근
      
제방이 터진 지점은 공교롭게도 수중보에서 10미터 정도 거리에서부터 붕괴가 일어났다. 붕괴된 제방의 초입에 제방의 일부가 뜯겨나간 것이 눈으로도 확인됐다. 그리고 보 위쪽과 보 아래가 하천의 폭이 달랐다. 보 아래부터 하천의 폭이 줄어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병목 구간인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보 구간에서 강물의 수위가 2미터 이상 상승했고, 그 물이 제방으로 흘러넘쳤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보로 인해 강물이 막혀 그 부분에서 수위가 일시 상승했고 그 상승한 물이 병목 구간으로 통과해야 하니 수압이 강해졌을 것이라고. 2미터 이상의 높은 수위로 한꺼번에 넘어오는 강한 수압에 의해서 우안에 있는 오래된 제방의 약한 곳이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와 오래된 제방 그리고 하천의 구조적 문제로 일어난 제방의 붕괴라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곳의 형태는 특이했다. 보가 있고, 보 바로 아래부터 하천의 폭이 좁아지는 그래서 수압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보였다.
 
 남천의 하천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정수근
   
 붕괴된 제방에 복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정수근
   
보로 인한 제방의 붕괴

이에 대해 사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해본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곳 제방 붕괴는 보에 따른 수위 상승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하천 내 인공 구조물은 물의 흐름을 방해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불필요한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후위기 적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환경적으로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처럼 남천 제방의 붕괴는 오래된 제방의 관리 부실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보로 인한 제방 붕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보 바로 아래서 제방의 붕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홍수 시 보는 물의 흐름을 막아서 수위를 상승시키고 와류(소용돌이)를 일으켜 바로 옆 제방에 상당한 압력을 가한다. 그 압력이 제방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7월 말 장마 때 상주보에서도 일어났다. 상주보 바로 아래 좌안 제방의 일부가 주저앉으며 붕괴된 것이다. 당시 강물 수위가 올라온 만큼 상주보로부터 이어진 강한 와류에 의해서 제방이 붕괴됐는데, 수위가 더 올라왔다면 제방이 완전 붕괴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관련 기사 - 반복되는 상주보 제방 붕괴... '낙동강 도미노 재앙' 우려).

이것은 우안의 고정보 아래에서도 일어났다. 고정보 아래 보를 지탱해놓은 콘크리트 블럭이 완전히 주저앉으며 붕괴했고, 바로 옆 어도를 따라 붕괴가 진행돼 제방으로 향하다 멈쳤다. 이곳 역시 강물이 조금 더 불어났다면 제방까지 침식과 붕괴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상주보로 인해서 상주보 우안 제방의 상당 부분이 붕괴됐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상주보 우안 고정보 아래 콘크리트 블럭이 완전 붕괴됐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3년 전인 2020년에는 낙동강 보가 완전 붕괴되는 일도 발생했다. 합천창녕보 상류 250미터 지점 좌안 제방이 당시 장맛비로 불어난 강물로 완전히 붕괴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도 보로 인한 제방 붕괴란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보로 인한 제방 붕괴 사고가 낙동강에서도, 낙동강의 지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도 <조선>에서는 4대강사업으로 즉 보 건설과 준설로 홍수 피해를 막아냈다는 주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지류엔 4대상사업식 준설공사를 하지 않아서 수해를 입었다 주장하고 있다. 이런 <조선>의 주장은 거짓이다.
 
 2020년 8월 당시 집중호우로 합천창녕보 상류 좌안 낙동강 제방 30미터가 완전히 붕괴됐다.
ⓒ 경남도청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합청창녕보 상류 제방은 2020년 붕괴됐고, 2023년에는 상주보 제방이 완전 붕괴될 뻔했다. 그리고 군위 남천의 제방은 2023년 완전 붕괴됐다. 이 모든 사고의 공통점이 바로 보로 인한 붕괴란 것이다 .

강의 땅을 돌려줘야

이처럼 강 안에 설치한 구조물을 홍수 피해를 가중시키고 하천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상주보도 남천의 보도 결국 해체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차제에 이번 남천의 제방 붕괴는 하천의 병목 현상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남천의 경우 산지 아래 원래 하천의 영역이었던 땅을 개간한 것이다. 그로 인해 하천의 폭이 좁아져 수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산지 아래 공간은 하천으로 돌려주는 식의 근본적인 하천 복원운동을 통해서 홍수 피해를 근원적으로 막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산 아래 땅은 원래 강의 영역이었다. 지금이라도 강에 돌려줘 홍수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수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길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유럽 등 선진 하천정책을 펴는 곳에서는 'Room for river'라고 강의 땅을 돌려주는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원래 강의 영역이었던 곳을 강으로 되돌려줌으로써 저류지와 같은 홍수터를 만들어 수해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그런 방식이 기후위기 시대의 집중호우를 대비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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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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