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이 홍수 피해 막아? 이것 좀 보십시오
[정수근 기자]
▲ 군위 남천의 제방 붕괴로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 땅이 침수됐다. |
ⓒ 정수근 |
남천 제방 붕괴 현장 가보니
과연 그런가 확인하기 위해서 12일 이번 태풍 카눈으로 제방이 붕괴돼 수해를 입은 대구 군위군의 남천 현장을 찾았다. 남천과 만나는 위천 합수부를 통해 남천 제방으로 들 수 있었다.
▲ 남천 제방 붕괴로 불어난 강물에 의해서 하우스가 폭삭 주저앉았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오후 2시경 필자가 다다랐을 때 수해복구로 투입된 공무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오전 일을 마치고 현장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이들을 뒤로 하고 상류 제방으로 더 향하니 제방 붕괴 현장이 나오고, 두 대의 트럭이 하천 둔치의 흙을 긁어와서 굴착기 한 대가 열심히 제방 복구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 군위 남천의 제방이 태풍 카눈으로 인한 불어난 강물에 의해서 붕괴됐다. 보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 |
ⓒ 정수근 |
제방이 터진 지점은 공교롭게도 수중보에서 10미터 정도 거리에서부터 붕괴가 일어났다. 붕괴된 제방의 초입에 제방의 일부가 뜯겨나간 것이 눈으로도 확인됐다. 그리고 보 위쪽과 보 아래가 하천의 폭이 달랐다. 보 아래부터 하천의 폭이 줄어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병목 구간인 셈이다.
보와 오래된 제방 그리고 하천의 구조적 문제로 일어난 제방의 붕괴라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곳의 형태는 특이했다. 보가 있고, 보 바로 아래부터 하천의 폭이 좁아지는 그래서 수압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보였다.
▲ 남천의 하천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 정수근 |
▲ 붕괴된 제방에 복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 정수근 |
보로 인한 제방의 붕괴
이에 대해 사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해본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곳 제방 붕괴는 보에 따른 수위 상승이 원인이 아닌가 싶다. 하천 내 인공 구조물은 물의 흐름을 방해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불필요한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기후위기 적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환경적으로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처럼 남천 제방의 붕괴는 오래된 제방의 관리 부실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보로 인한 제방 붕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왜냐하면 보 바로 아래서 제방의 붕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홍수 시 보는 물의 흐름을 막아서 수위를 상승시키고 와류(소용돌이)를 일으켜 바로 옆 제방에 상당한 압력을 가한다. 그 압력이 제방의 붕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7월 말 장마 때 상주보에서도 일어났다. 상주보 바로 아래 좌안 제방의 일부가 주저앉으며 붕괴된 것이다. 당시 강물 수위가 올라온 만큼 상주보로부터 이어진 강한 와류에 의해서 제방이 붕괴됐는데, 수위가 더 올라왔다면 제방이 완전 붕괴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관련 기사 - 반복되는 상주보 제방 붕괴... '낙동강 도미노 재앙' 우려).
▲ 상주보로 인해서 상주보 우안 제방의 상당 부분이 붕괴됐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상주보 우안 고정보 아래 콘크리트 블럭이 완전 붕괴됐다 .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3년 전인 2020년에는 낙동강 보가 완전 붕괴되는 일도 발생했다. 합천창녕보 상류 250미터 지점 좌안 제방이 당시 장맛비로 불어난 강물로 완전히 붕괴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도 보로 인한 제방 붕괴란 주장이 나왔다.
▲ 2020년 8월 당시 집중호우로 합천창녕보 상류 좌안 낙동강 제방 30미터가 완전히 붕괴됐다. |
ⓒ 경남도청 |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합청창녕보 상류 제방은 2020년 붕괴됐고, 2023년에는 상주보 제방이 완전 붕괴될 뻔했다. 그리고 군위 남천의 제방은 2023년 완전 붕괴됐다. 이 모든 사고의 공통점이 바로 보로 인한 붕괴란 것이다 .
강의 땅을 돌려줘야
이처럼 강 안에 설치한 구조물을 홍수 피해를 가중시키고 하천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상주보도 남천의 보도 결국 해체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산 아래 땅은 원래 강의 영역이었다. 지금이라도 강에 돌려줘 홍수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수해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길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유럽 등 선진 하천정책을 펴는 곳에서는 'Room for river'라고 강의 땅을 돌려주는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원래 강의 영역이었던 곳을 강으로 되돌려줌으로써 저류지와 같은 홍수터를 만들어 수해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그런 방식이 기후위기 시대의 집중호우를 대비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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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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