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다른 한·미·일 협력체, 캠프 데이비드서 출범"…尹 17일 출국

박태인, 황수빈 2023. 8. 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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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지난해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며 내세웠던 가장 중요한 이유다. 대통령실은 18일 미국 대통령의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캠프 데이비드’란 공간의 특수성이 정상회의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다.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3일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1943년 미·영(英) 정상이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논의한 곳도, 1978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합의가 극적으로 도출된 곳도 캠프 데이비드”라며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만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며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17일 출국하는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산책과 환담에 이은 정상회의와 오찬, 기자회견까지 최소 4시간 이상을 함께 보낸 뒤 이날 저녁 귀국한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1994년 이후 13번째인데,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세 정상이 따로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첫 정상회의기도 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적 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과거와는 다른 3국 협력체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한·미·일 3자 협의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며 “3국 안보 협력의 핵심 골격을 제도화하고 3국 협력에 대한 공동 비전과 기본 원칙을 구축해 역대 공동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에 인도와 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와 같이 한·미·일 정상회의도 별도의 이름을 가진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3국 정상은 이와 관련해 이번 회담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statement)과는 별도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3국의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심화 협력 방안을 별도의 ‘원칙’ 문서에 명시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원칙 문서엔 한·미·일 정상회담을 매년 정례화하는 방안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10일 람 이매뉴얼 주미 일본대사는 일본 언론과 만나 정상회의 정례화를 강조하며 “3국이 공동의 원칙으로 결속하고 관여해 가겠다는 결의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한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공동성명에도 북한 관련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며 “3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첨단기술 분야 협력 및 공급망과 에너지 등 경제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19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문제는 한·미·일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요청한 사항은 대부분 일본 측이 인지하거나 수용해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일본 언론이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별도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3국간 군사훈련 정례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도한 점에 대해 “회담이 시작돼야만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취했다.

대통령실은 한·미·일 정상회의가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견제하는 차원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3국의 역대 공동 위협이 중국을 뜻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명시해서 한·미·일이 적대시 한다는 등에 표현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한·미·일이 한층 더 밀착하는 모습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 협력 강화는 불가피한 것이 국제 정세의 현실”이라면서도 “우린 미·일과 다른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7월 16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사진 해군

대통령실에 따르면 캠프 데이비드에선 3국 정상회의와 함께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예정이다. 세 정상이 4시간 이상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는 만큼 예상을 뛰어넘은 3국간 협력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세 정상이 오로지 이번 정상회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쏟는다”며 “그 자체가 전례가 없다보니, 모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 대통령 부인 관련 일정은 계획되지 않아, 김건희 여사는 미국 방문에 동행하지 않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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