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자가 칼처럼 날카로운 흉기 쓰는 이유”
“오직 자기 내면 분노에만 집중… 범죄 이후에 대한 고민도 없어”
“사회에 만연한 스트레스부터 해소해야”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대상을 이미지화합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가해자 조선은 또래 남성을 범행을 위한 이미지로 상정한 거죠.”
안상원 광운대 범죄학 박사는 신림동 흉기난동범 조선에 대해 “처음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이후 여성이나 노인을 만났지만, 그들이 아닌 젊은 20~30대 남성에게 범행했다. 돈을 버는 20~30대를 보며 패배감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박사는 이상동기 범죄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2년 전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 사건 289건을 전수 분석해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에 주목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안 박사와 인터뷰했다.
그는 “판결문 속에 나타난 이상동기 범죄자들은 공통적으로 피해자를 이미지화한 뒤 계획적으로 범행을 실행했다. 이혼 당한 남편이 전처와 닮은 사람에게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직장 문제로 아버지에게 수차례 꾸짖음을 당해 스트레스가 누적된 아들이 아버지와 비슷한 체격, 아버지가 평소 입는 옷차림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동기 범죄는 이유 없는 범죄, 화풀이나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구분된다. 이 중 화풀이나 정신질환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는 ‘계획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칼과 같은 날카로운 흉기를 주로 썼는데, 안 박사는 가장 분노를 강하게 터뜨릴 수 있는 범행도구를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이를 분석했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내보이기 위해 대낮이나 인구가 밀집한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조선이 그랬고,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최원종 역시 그랬다. 안 박사는 “범행을 저지르면 일단 사회가 날 봐줄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으로 인해 이슈가 생겨나니,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듭 번복하는 등 형량을 고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 박사는 “범행 후 정신을 차려보니 뒤늦게 고민했을 순 있다”면서도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안 박사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처벌 강화는 이상동기 범죄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이런 범죄자들은 중하게 처벌받고 있고, 형량도 낮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동기 범죄를 막기 위해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스트레스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게 안 박사 제안이다. 그는 “계속된 좌절과 실패로 긴장이 더 큰 긴장을 낳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긴장으로 인해 공격성을 표출하고 잔혹한 범죄로 세상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회 요인이 이상동기 범죄를 촉발하는지 확인해야 범행 계획 단계부터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사회적 갈등이나 불평등으로 만들어진 범죄자는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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