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유커' 100만명 늘면 GDP 0.08%p↑…과도한 기대 경계도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 빗장을 풀면서 국내 경제에 훈풍이 불거란 기대가 나온다.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본격화하면 GDP(국내총생산) 상승·여행수지 개선 등을 이끌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면 악화한 한·중 관계와 부진한 중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유커의 귀환’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10일 한국과 일본·미국 등 78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행 단체여행 자유화는 2017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제재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이에 급격히 꺾였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의 반등이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6년 807만명, 2019년 602만명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엔 69만명, 지난해는 23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엔 55만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코로나 19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 증가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 증가 시 국내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단체여행 확대로 중국 관광객 규모가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인 300만명 가량으로 늘어날 경우 GDP는 0.2%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1.4%)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한은은 "중국발(發) 관광 회복이 국내 서비스업 업황 개선에 상당폭 기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소비 활성화 등에 따라 여행·면세·화장품 업종 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자 폭이 커진 여행수지에도 도움이 된다. 한은이 8일 발표한 올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58억3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적자(79억3000만 달러)의 73.5%에 달한다. 엔저 현상 장기화 속에 일본 등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이 많이 늘어난 반면, 중국 관광객 회복 등은 더딘 편이라서다.
중국은 한국이 여행수지 '플러스'(+)를 지키는 몇 안 되는 지역인 만큼 단체여행객 입국 시 흑자 규모가 늘어나고, 전체 적자 폭까지 줄여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대(對) 중국 여행수지는 3억4000만 달러(약 45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큰 적자를 보인 유럽연합(EU·-41억7000만 달러), 미국(-8억 달러) 등과 대비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단체여행 허용 조치는 단기적으로 15% 수준의 중국 여행객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개별 여행보다 평균 소비 규모가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여행 열풍 속에 내국인 관광 수요가 주춤해진 제주도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은 지난 2분기 서비스업 생산(-1.7%), 소매 판매(-7.4%)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여행객 감소로 면세점과 슈퍼·잡화·편의점 등의 소매 판매 감소율이 높았는데, '큰손' 중국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 이러한 내수 상황도 개선될 수 있다.
한편에선 중국 단체여행객 증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항공편 제약, 한·중 관계 악화 등으로 관광객이 단기간에 급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는 중국 경기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가 팍팍해진 중국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처럼 활발하게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 3년간 락다운(봉쇄)에 따른 후유증 등으로 올해 중국은 해외보다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다. 그래서 많은 (방한) 관광객의 유입으로 연결되기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도 아직은 큰 기대감을 갖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지난 9일 제주 서귀포시의 대형 아쿠아리움에는 가족 단위 피서객으로 가득한 가운데 중국어가 심심찮게 들렸다. 팻말을 든 가이드가 중국 개별 여행객들을 인솔하고, 삼삼오오 모인 이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제주 시내 노형동의 중국어 간판을 단 화장품 가게 등은 여전히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영업 중인 곳도 대부분 썰렁한 편이었다. 제주시의 자영업자 A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중국 단체관광객까지 온다니 기대는 되지만, 얼마나 체감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면 면세점·중저가 관광 시설, 제주 등 지역 경제엔 도움이 되겠지만, GDP 성장이나 경상수지 개선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라며 "일본·동남아 등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여행수지 자체가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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