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주범?…'50년 만기'에 연령제한 추진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나이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돈을 갚는 기간이 늘면, 한 달에 내는 원리금(원금과 이자의 합) 부담이 줄어드는데 이를 악용해 대출 규제를 피하는 사례가 나와서다. 다만 이런 조처가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막는 근본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급증에 “50년 만기 주담대 점검”
이에 금융위원회와 유관기관들은 지난 10일 ‘가계부채현황 점검 회의’을 열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인터넷전문은행 주택담보대출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다음날 은행연합회는 회원 은행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 실적과 조건을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령자도 50년 만기로 DSR 우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하면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뜯어보는 건 해당 상품이 정부의 대표적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일부 쓰이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연 5% 금리로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원리금 균등 방식)을 30년 만기로 빌리면 한 달에 214만7286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연 소득 6000만원이라면, DSR(42.95%)이 한도 40%를 초과한다. 반면 같은 조건의 대출을 만기만 50년으로 늘리면 한 달 원리금은 181만6555원으로 준다. DSR은 연 소득 6000만원 기준에서 36.33%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초장기로 대출을 갚기 힘든 고령층까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DSR을 우회한 사례가 나왔다. 현재 대부분 은행이 출시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만 4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40년 이상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에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 은행권에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50년 만기 제한으로 가계부채 못 막아
만기를 초장기로 늘리면 한 달 원리금 부담은 낮출 수 있어도, 총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이 때문에 원리금 부담이 지나치게 큰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해당 상품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 억제 정책 일관성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모기지 공급 효과가 가계부채 증가를 자극했다고 지적한다. 또 금리 인상이 고점에 달았다는 시장의 기대를 키운 통화정책도 최근 가계부채를 늘리는데 한몫했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역전세난 등으로 한국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은 올라도 문제지만, 떨어져도 문제기 때문에 최근까지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신경 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가계부채 규모는 금융권 부실과 경제 활력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이를 억제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주면, 필요 이상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계부채를 어느 이상으론 용인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정책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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