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힘 빼고' 홈런·타점 1위…멈추지 않는 노시환 질주

차승윤 2023. 8.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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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12일 27호포를 터뜨리며 홈런 레이스 독주를 이어갔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이 순식간에 홈런왕 레이스에서 독주하기 시작했다.

노시환은 지난 9일과 12일 총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생애 첫 3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이어 사흘 뒤 대전에서 두산 베어스 곽빈의 147.8㎞/h 강속구를 밀어 우중간 투런포로 연결했다. 시즌 27호 홈런. 

12일 홈런을 치고 홈으로 돌아오는 노시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7월을 21홈런으로 마칠 때만 해도 노시환은 최정(SSG 랜더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8월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홈런 6개를 더했다. 12일 기준으로 21홈런을 기록 중인 최정과 차이가 크다. 16개씩을 때린 홈런 공동 3위 그룹(최주환·박동원·양석환)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당초 노시환은 정규시즌 중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하기 때문에 홈런왕 수상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8월 대폭발 덕에 상황이 변했다. AG에 나가느라 정규시즌 20경기 정도를 결장한다고 해도 홈런왕 타이틀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박병호(KT)는 35홈런으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노시환이 8회 중월 1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성장세가 눈에 띈다. 시즌 초 장타가 나오지 않아 고민했던 노시환은 5월(7홈런)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바깥쪽 공을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장면이 많아졌다. 반면 9일 KT전에서는 홈런 3개를 모두 당겨 쳐 만들었다. '완성형' 홈런 타자의 냄새가 나고 있다.

노시환 타격의 완성도는 세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노시환은 홈런뿐 아니라 타점(75개) 장타율(0.576)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0.308(9위) 출루율 0.394(8위)도 상위권이다. 타석당 삼진 비율은 18.7%(13위)로 보통 20%를 상회하는 선배 홈런왕들(2022 박병호 26.9%)에 비해 준수한 축에 속한다. 타구 속도도 독보적이다. 평균 143.2㎞/h로 규정타석 2위인 김재환(141.8㎞/h)과 제법 차이가 있다. 150㎞/h 이상의 강한 타구 비율(45.5%)도 역시 규정타석 1위다.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노시환이 1회 kt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좌중간 1점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홈런왕이 가능하다면 다음 목표는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다. 어느덧 노시환의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가 0.970에 달한다. 최정상급 타자를 의미하는 OPS 1.0이 멀지 않았다. 누적 성적을 보면, 노시환이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를 이기기 어렵다. 페디는 15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투수 3관왕을 향하고 있다. AG으로 누적 성적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노시환이 페디와 경쟁하려면 홈런왕과 함께 비율 성적을 '아름답게' 맞춰놓을 필요가 있다.

노시환은 경기 후 구단 영상 인터뷰를 통해 "타석에서 욕심을 버린 게 제일 크다. 원래 힘이 들어가서 오버 스윙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홈런을 계속 치다 보니 홈런의 감을 얻었다. 힘을 들이지 않고 내 힘의 50%만 써도 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다는 것을 올 시즌 깨달았다.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스윙하는 게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20홈런 고지를 넘을 때만 해도 노시환은 "AG에 출전하니 홈런왕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차츰 2위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그도 조금씩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시환은 "지인들과 팬분들께서도 홈런왕 수상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수상을)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홈런왕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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