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원 팀'으로 우승한 OK 오기노 감독 "바닥을 올리고 싶다"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이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부임하자마자 우승의 기쁨을 누린 오기노 마사지(53·일본) 감독도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은 13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지난 6월 부임한 오기노 감독은 V리그에 앞서 열린 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기분 좋게 첫 걸음을 뗐다.
오기노 감독은 일본 산토리 선버즈에서 선수로 7번 리그 우승을 밟았다. 감독으로선 4시즌(2010~12, 17~19시즌)을 치르면서 두 차례 컵대회(2010년 천황배, 2019년 구로와시키배 전일본선수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오기노 감독은 경기 뒤 "기쁘고,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기 때문에 V리그에 대비해 더 두껍게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MVP에 오른 2년차 신호진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오기노 감독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라고 부르지 말게 했다. 감독과 코치, 선수가 상하 관계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함께 한다. "원정, 식사, 경기를 할 때 스태프와 선수들이 섞이도록 하고 있다. 황동일, 강영준 코치진도 공부를 하고 있고, 아보 기요시 코치를 포함한 모든 코치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한다. 선수들도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코치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다른 팀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듯하다"고 했다.
OK금융그룹은 부상중인 이민규와 송희채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결승전 경기장에 와 응원했다. '원 팀'을 강조하는 지도자다웠다. 오기노 감독은 "우리는 팀이기 때문에 결승에선 지든지 이기든지 다같이 하고 싶었다. 한 두 명의 선수가 이탈하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모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기노 감독은 "개인의 실력과 팀의 실력을 다 같이 올려가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 선수들의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화해야 한다"며 "우승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팀에 온 지 두 달이 지났는데, 다섯 번의 경기는 좋은 테스트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 전 오기노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대한 질문에 "연습이 더 힘들어서 괜찮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대회 MVP에 오른 신호진도 "유니버시아드 가기 전에 팀 연습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효율성 있는 연습이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6대6 연습 경기를 하는 게 좋을 정도고, 심호흡이 안 될 정도의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컵대회 정상에 올랐지만 외국인선수가 합류하는 V리그는 완전히 다른 대회다. 오기노 감독도 이를 잘 안다. 오기노 감독은 "리그는 주 2회 경기를 하고, 힘든 스케줄을 치러야 한다.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 장기 레이스에선 여러 선수들이 활약해줘야 하기 때문에 팀을 1군, 2군으로 나눠 연습하지 않고 동일한 메뉴로 할 거다. 밑에 있는 선수까지 함께 실력을 올리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V리그에선 외국인 선수들도 합류한다. OK는 레오와 재계약했고, 아시아쿼터로는 몽골 출신 바야르사이한을 선택했다. 오기노 감독은 "레오의 포지션에 대해선 팀에 합류한 뒤 결정하려 한다. 영상은 봤지만, 눈으로 직접 본 뒤 결정하겠다"며 "강한 서브는 계속 때리게 하려고 한다. 서브는 6명이 돌아가면서 놓으니까, (레오는)에이스를 하던 미스를 하던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5명이 범실 없이 확실하게 넣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OK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 전까지 안했던 실수도 나왔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는지 수비도 결정력도 밀렸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사흘 연속 경기를 치른 점에 대해선 "최대한 생각 안 하려고 했다. B조 팀이 일정상 힘든 건 사실인데,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이 다 잘했다. 시즌 끝나고 의기소침했다. 준비하는 과정과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고,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가 큰 계기가 되고, 성장했으면 한다. 쉽지 않은 경기가 이어졌는데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 실망하지 않고, 자신감 얻고 리그를 잘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활약을 펼친 박성진에 대해선 "조합을 맞추는 게 숙제다. (박성진과 같은 아포짓으로 뛸 수 있는)요스바니와 에디가 모두 공격적인 선수다. 박성진이 성장해준다면 또 하나의 퍼즐이 생긴다. 잘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구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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