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풀리자…중국발 크루즈 53척, 내년 3월까지 꽉찼다

최충일, 박진호, 황희규, 안대훈, 황수빈 2023. 8.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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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낮 12시 제주시 연동의 모 면세점 주차장 안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주차장 앞에는 중국어 간판이 달린 약국이 운영 중이다. 최충일 기자

13일 낮 12시 제주시 연동 모 면세점 앞. 한손에 쇼핑백을 든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분주히 오갔다. 면세점 입구 계단이나 인기 매장 앞엔 이들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주 거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사드보복 조처에 직격탄 맞은 제주 상권


면세점이 들어선 연동은 중국이 지난 2017년 3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조처를 시행하기 전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 일명 유커(游客)로 크게 북적이던 곳이다. 특히 누웨모루 거리는 ‘제주 속 중국’으로 불릴 정도였다.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하지만 6년 5개월간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재개 발표와 그에 이은 중국발(發) 크루즈 운항 재개 소식에 제주 상인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6년 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여행·호텔업계, 항공업계 등의 ‘중국 특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1

제주 찾는 외국인의 85% 중국인


사드 보복조처 이전인 2016년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모두 306만1522명으로 전체 외국인(360만3021명)의 85%를 차지했다. 올핸 6월말 기준 중국인 방문객은 7만9000여명 수준이었다. 상인 양모(42)씨는 “유커가 사라진 6년여 동안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며 “유커가 다시 온다면 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금한령(禁韓令) 이전처럼 다시 북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제주항 크루즈부두에 대형 크루즈선박인 코스타 포츄나호가 입항해 승객을 내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발 크루즈 53척, 내년 3월까지 '마감'


당장 중국발 크루즈들이 입항 소식을 알렸다. 제주도에 따르면 13일 현재 중국발 크루즈 53척이 제주항과 강정항에 기항 신청을 했다. 내년 3월까지 8개월 가량의 신청이 마감됐다. 이 배들은 주로 중국을 출발해 제주를 방문한 후 일본으로 향한다. 제주 크루즈관광객은 대부분 유커다. 2016년 한해 120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해엔 9800여명으로 확 줄었다.

팸투어 진행하고, 홍보 로드쇼도 계획


항구도시 부산도 유커 방문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아직 중국 크루즈 신청 사례는 없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일본·미국에 이어 중국 크루즈 이용객이 많았다”며 “모객 기간을 거치고 나면 신청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커는 부산에도 큰 손님이다. 중국 관광객은 전체 부산 외국인 관광객 중 두 번째로 많은데다 구매력이 좋은 ‘큰손’으로 통한다. 2019년 기준 중국 관광객 지출액은 942억원으로, 일본(138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부산관광공사와 지역 여행사·면세점 등은 관련 마케팅을 준비해 유커 맞이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도 유커방문의 낙수효과를 기대 중이다. 유커를 유치하려 지난달 중국 현지에서 해외전담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했고, 다음 달에는 중국 베이징, 상해 등에서 홍보 로드쇼를 계획 중이다. 바다 관광자원을 둔 강원 역시 크루즈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중국발 배가 강원도 내항으로 들어온 사례는 2016년 이벤트성 항해가 유일했다. 이후 2019년 속초항을 기항지로 하는 크루즈를 추진했으나 사드 여파로 무산된적 있다. 박원식 강원도관광재단 팀장은 “짧은 일정으론 속초항까지 오기 어렵기 때문에 7박8일 정도의 상품으로 중국 유치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 말했다.

1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모습. 뉴스1

한·중 하늘길도 늘어날 듯


한국~중국 간 하늘길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현 중국 6개(베이징·상하이·닝보·선양·항저우·다롄), 주 77편인 직항노선을 올 하반기 17개 지역, 주 157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에 18개 노선, 주 200편 이상으로 늘려 제주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무안공항도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광주·전남 여행의 관문 중 한 곳인 무안공항을 이용한 중국인은 2016년 6만5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엔 ‘0’명이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길이 열림에 따라 무안공항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한 한복 대여업체에 중국어 안내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업계 "9~10월 중국 명절이 유커 잡을 기회"


관광업계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다시 오는 유커를 잡을 기회로 보고 있다. 우영매 뉴화청여행사 대표는 “중국 단체 관광에 대한 준비를 항상하고 있어 걱정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며 “거래처 연락이 이어져, 부족한 전세버스와 통역·관광 안내원 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주지역)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패키지 관광 상품 구성에 통상 한달 이상이 걸리는 만큼 10월쯤부터 유커가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사무소 등과 연계해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호텔과 카지노 업계도 기대 중이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국제선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호텔과 카지노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만큼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관광지 주민과 상인들 사이에선 유커로 인한 소음, 쓰레기 투기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속초·무안·부산=최충일·박진호·황희규·안대훈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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