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진에 씀씀이 조이는 정부…내년 지출 증가율 7년만에 3%대로

정진호 2023. 8. 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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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660조원 안팎으로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5.1%에서 내년에 3%대로 낮아지게 된다. 올해 수십조원의 세금이 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국세 수입도 기존 전망보다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불필요한 보조금 지출은 삭감하는 예산 구조조정도 더해졌다.


文정부 이후 가장 낮은 지출증가율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3%대로 잡고 예산 편성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대폭 줄였다. 올해 예산(638조7000억원)보다 3%대로 늘어날 경우 내년 예산은 658조~664조원 수준이 된다. 기재부는 최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이러한 내용의 예산 편성 계획을 보고했다고 한다.
박경민 기자
3%대 총지출 증가율을 기록한 건 지난 2017년(3.6%)이 마지막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건전 재정을 강조해왔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3%대로 확정되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한 이전 정부와 차이가 더욱 극명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은 7~9%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을 늘리기도 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도 전년 대비 지출 증가율이 9.1%에 달했다.

내년 세수도 당초 예상보다 적을 듯


세수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이 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하는 주된 이유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18.2%)이 덜 들어왔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해도 세수는 356조원이다.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원 이상 부족한 액수다.
신재민 기자
올해 세수 부진 여파는 내년까지도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국세 수입이 418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는데 올해 400조원의 세수가 걷힌다는 게 그 전제였다. 내년엔 올해보다 세수가 4.6%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올해 세수가 400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내년에 정부가 예상한 세수 증가율을 기록한다고 해도, 국세 수입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부 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 지시에 원점 검토한 예산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에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원점 재검토했다. 관행적으로 집행하던 보조금 등을 일일이 점검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각 부처는 내년도 보조금 예산에 대해 제로베이스 검토를 시작하라”고 지시하면서다. 기재부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예산 내역이라고 해도 일일이 필요성을 따지는 작업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유엔사 주요 직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은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성은 높인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약자복지·안전·미래세대·일자리 등에 초점을 둔다는 예산 편성 방향을 제시한 만큼 해당 4대 분야 예산을 늘릴 예정이다. 예컨대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줄이되 수해 복구와 국가 하천 재원 투입은 늘리는 식이다. 미래 대응을 위해 저출산 관련 예산도 확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총지출 증가율이 낮다고 해도 필요한 정부 사업 추진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 등 의무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만큼 각종 사업을 위한 재량지출 증가율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정부는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2026년까지 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제 예산 규모는 정부가 편성하는 예산안 보다 늘어날 수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이 예산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등 경기 둔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한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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