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위반이요? 살 길 찾는 아빠입니다
떠나야 할까. 남는다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가 된 기독교 단체 간사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대부분 간사가 이익 추구보다 복음 사역에 중점을 둔 삶을 이어왔는데, 자녀가 태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역 강도가 높은 단체일수록 출산과 육아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 부모가 된 간사들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40세대 교계 간사들의 사역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상)엄마 간사가 다시 뛴다 (하)아빠 간사의 고민
선교단체 간사들의 꿈은 최저임금이다. 선교단체에서 홍보간사로 12년간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Y(38)씨는 “선교단체 간사들 가운데 최저임금만 받아도 좋겠다는 간사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급으로 9860원이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206만 740원이다. Y씨가 퇴직 당시 받은 사례비는 세전 200만원 남짓이다. Y씨는 “그나마 제가 속했던 단체의 경우 임금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원로간사인 김철영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은 “CCC는 간사들의 모금 목표액을 교사들의 급여 수준으로 책정한다”며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간사들도 적지 않다. 개인의 모금 역량 차이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CCC는 한국의 캠퍼스 선교단체 가운데 가장 모금이 잘 이뤄지는 곳으로 손꼽힌다. CCC가 이 정도라면 다른 단체 간사들의 상황은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된 간사들에게 가족 부양은 사역의 지속을 어렵게 하는 중대한 요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밝힌 2024년 4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572만원 남짓이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중간에 위치한 값을 말한다. 평균소득에 비해 초고소득 가구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정부는 복지 대상 선정에 중위소득을 활용한다. 선교단체 간사들의 경우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고 해도 합계 소득 572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외벌이가 되면 생활 급여 대상 가구(2024년 4인가구 기준 183만3572원)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빈곤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3년 전 카페를 창업한 A선교단체의 B(39)간사는 가까스로 생활 급여 대상을 넘겼다. 둘째가 태어났을 무렵 그가 받던 사례는 월 188만원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사례를 받는다. 그는 가족 부양을 위해 사역과 사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가 속한 단체에서 겸직을 금하고 있다는 점이다. B간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차세대사역자들의 네트워크인 한국어깨동무사역원을 이끄는 윤은성 어반데일로컬센터 센터장은 “이런 현상은 비단 A단체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춘천과 대구 부산 등에 선교단체 간사들이 차린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들의 겸직 증가는 비단 교계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1~3분기 투잡을 하고 있는 부업자는 수는 54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 중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부업자는 36만8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윤 센터장은 “최근 여러 선교단체의 대표와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직 겸직을 허용하는 데까지는 인식이 무르익지 않은 것 같다”며 “목사들의 이중직이 보편화되고 선교계에서도 선교로서의 직업(BAM·Business As Mission)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데 선교단체 간사들에게만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요식업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는 예배팀 제이어스(대표 김준영)의 버거 전문점 ‘자이온’과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선교단체 양떼커뮤니티(대표 이요셉 목사)가 차린 식당 ‘옥면가’의 사례는 또래 간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두 단체 대표는 모두 30대 후반이다. 이요셉 양떼커뮤니티 대표는 “많은 선교단체 간사가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생계에 부딪히면 단체를 그만둔다”며 “옥면가의 경우 선교사님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긴 하지만 동시에 양떼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자립 공동체가 되지 않으면 사역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고민의 결과로 탄생했다”고 전했다.
윤 센터장은 “선교단체들의 재정 구조가 악화하고 간사들의 기본 생활 유지가 어려워질수록 길을 찾기 위한 간사들의 도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틀어 막기만 하면 결론은 이탈 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감안하며 단체 리더들이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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