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지역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규홍 2023. 8. 13. 16:42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 가미야마 학교 이야기를 읽고
어떤 이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 작은 학교는 통폐합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학교가 가진 지역에서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면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지역의 사정과 당사자인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의 주민과 학교와 교사가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학교를 살리는 일이 지역주민들이 아무리 고대하는 일이라 해도 학교와 교사들이 딴청을 피우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자주 만나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함께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은 가미야마의 중간 지원조직인 '가미야마연대공사'의 직원인 한 여성이 가미야마교라는 공립 농업고등학교에 사회인 강사이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교육과 지역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소개한 책이다.
마을과 함께 작은학교가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배움의 형태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구태의연한 교육방식과 가치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연대와 협력의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성공의 확률은 또 올라갈 것이다.
가미야마에는 마을과 연결된 교육이 있다, 마을의 지원을 받는 세계의 유명 예술가들이 제 발로 찾아와 예술 활동을 한다, 도시의 IT기업들이 시골 마을에 위성사무실을 내 사원들을 내려보낸다,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기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식품 사업을 한다.
[이규홍 기자]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학교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마치 50년 전 새마을운동처럼 전국의 모든 농산어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장삼이사는 물론 언론에서도 지역소멸이라는 말을 예사로 내뱉는다. 농산어촌에 사람이 줄어든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했지만 이젠 학교까지 몽땅 사라진다는 엄포를 듣고 있자니 시골 사람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니 주민들은 당장 뭐라도 하긴 해야겠는데 마음만 분주할 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자 지역 거점이다. 학교로 인해 학부모연대와 지역주민 관계가 형성된다. 즉 지역에서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희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 본문 중
어떤 이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위해 작은 학교는 통폐합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학교가 가진 지역에서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하면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지역의 사정과 당사자인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역과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어른들의 입장만 생각하다 학생들의 관점을 놓치는 일이다. 급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지역도 살고 아이들도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함께 일을 도모하는 이들끼리의 합이 중요하다. 같은 일을 해도 생각이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가기 일쑤다. 교육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교육을 대하는 관점이 각양각색이다 보니 첫 단추를 끼우기도 힘들다. 겨우 껍데기는 어찌어찌 만들었다 해도 알맹이가 부실하면 김빠지는 일이 되고 만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리는 일을 반대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선진지의 사례를 따라 하는 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더구나 학교와 교사와 학생과 지역주민들의 생각이 따로라면 성공은 요원할 뿐이다.
▲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 가미야마 고교 학생들이 마을의 석축을 보수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역 안에서 실습을 통해 마을과 교류하며 배우고 있다. |
ⓒ 가미야마 연대공사 유튜브 채널 |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역의 주민과 학교와 교사가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학교를 살리는 일이 지역주민들이 아무리 고대하는 일이라 해도 학교와 교사들이 딴청을 피우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자주 만나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함께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역에 애정을 가진 교사들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내 품을 팔아 지역의 조건에 맞는 교육 내용을 함께 만들 각오가 있는 주민이 없다면 그 역시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지역과 학교와 학생을 이어주고 미래의 비전을 같이 그려갈 코디네이터(중간 조직)가 더해진다면 학교와 마을을 살릴 수 있는 성공 확률은 훨씬 올라갈 것이다.
▲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 가미야마 학교 이야기 |
ⓒ 더가능연구소 |
책 <마을을 키우는 아이들>은 가미야마의 중간 지원조직인 '가미야마연대공사'의 직원인 한 여성이 가미야마교라는 공립 농업고등학교에 사회인 강사이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교육과 지역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소개한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면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사들이 다 같이 모여 차와 식사를 하며 공통의 교육이념을 수립하고 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민들과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을 매개로 지역과 학교가 연대하고 연합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시골에서의 배움은 비선형이다. 시골에는 아직 콘텐츠로 만들어지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 넘쳐난다. 그것들을 통해서 얻은 배움은 그 사람 개인의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평화로운 배움이다." - 와카신 유준
마을과 함께 작은학교가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배움의 형태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구태의연한 교육방식과 가치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연대와 협력의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성공의 확률은 또 올라갈 것이다.
▲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tist In Residence) 가미야마에서는 국내외의 예술가를 초청해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페이스북 |
▲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tist In Residence) 가미야마에서는 국내외의 예술가를 초청해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페이스북 |
가미야마에는 마을과 연결된 교육이 있다, 마을의 지원을 받는 세계의 유명 예술가들이 제 발로 찾아와 예술 활동을 한다, 도시의 IT기업들이 시골 마을에 위성사무실을 내 사원들을 내려보낸다,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기 위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식품 사업을 한다.
이런 여러 성공사례가 우리에게도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공을 위한 조건은 확실히 배울 수 있다. 지역을 이해하는 교사, 교육을 이해하는 주민, 내 마을을 사랑하는 학생들, 그리고 마을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이 모두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중간 지원조직이 가미야마에는 있었다.
시민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고 지지하는 정치와 행정이 꼭 필요하다. 다시 강조한다. 행정부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힘들다. 우리의 작은 지자체에서도 그게 가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가미야마 마을과 학교 요시노강 지류를 끼고 있는 가미야마 마을과 학교의 전경. 한때 소멸 위험 지역에서 지금은 가장 힙한 시골마을로 유명해 졌다. |
ⓒ 가미야마 연대공사 유튜브 채널 |
"나는 아이들이 전부 마을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든 학습 기반에 국토와 사회에 대한 '사랑'을 남기고 싶다. 자기가 자란 마을을 방관하지 않고 사랑하고 키워갈 수 있도록 주체성을 심어주는 교육, 그것이 '마을을 키우는 학력'이다. 그런 학력이라면 외지에서 진학과 취직에서 실패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일생을 망치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마을에서 계속 살 때 그 태어난 보람을 발휘할 것이 틀림없다. '마을을 버리는 학력'이 아니라 '마을을 키우는 학력'을 기르고 싶다." - 선생님들과 다 함께 식사'를 주도적으로 이끈 에비나 미치코 선생이 전근 가기 전 교실 칠판에 적어놓은 책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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