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韓과 이란자금 해제 사전 공조"…이란선 "환차 10억불 손실"
한국ㆍ이란 간 최대 외교 걸림돌인 60억 달러(약 7조9920억원)의 한국 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이 4년 3개월 만에 이란 측으로 송금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이 양측의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한국을 비롯해 유럽, 이라크의 동결 자금 해제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11일 “이란 동결 자금 해제에 앞서 한국 측과 사전에 공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한국 측의 입장을 폭넓게 청취하고 이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내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할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질의에 “지나치게 세부적인 답변은 삼가겠다”면서도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사전에) 광범위하게 공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정부가 (이란으로) 송금하는데 어떤 장애도 없다”며 “해당 자금은 식량과 의약품,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없는 의료기기 등의 구입에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란이 해제된 자금을 사용하려면 미 재무부가 마련한 비군사적인 사용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환차로 10억 달러 손해"
이란 내에선 “환차로 인해 10억 달러(약 1조3320억원)를 손해 봤지만, 한국과 관계 정상화가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12일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 은행들(한국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몇 년간 이란 자금 약 70억 달러가 ‘무이자’ 형태로 묶여 있었다”며 “심지어 달러당 원화가치가 내려가면서 이란 자금의 가치가 1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파르진 총재는 또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전액이 해제됐다”며 “이를 원화에서 유로화로 환전하기 위해 제3국으로 이체됐다”고 밝혔다. 다만 제3국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이와 관련, IRNA는 소식통을 인용해 “스위스의 한 은행에서 유로화로 환전해 카타르 중앙은행의 이란 정부 계좌로 이체될 것”이라며 “모든 자금이 송금되는 데 최소 5~6주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한국 역시 단기간 인출로 인한 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동결 자산을 적은 금액으로 나눠 환전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산 가전·승용차 인기
이번 동결 자금 해제로 한·이란 간 관계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란에선 인기가 높은 한국산 가전과 승용차 등과 관련한 무역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8년 8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철수했다. 이후 2019년 5월 미국이 대이란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한국 은행 내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을 동결시키면서 양국 관계는 물론 대규모 무역도 멈춰섰다. 현재 이란 내 교민도 170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는 비공식 경로로 수입된 한국산 가전 등이 이란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많아서 제3국을 거쳐 수입된 한국산 중고차가 높은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이란 측에선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된 만큼 한국산 물품의 수입도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동결 자금 해제가 아닌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그대로여서 단시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초 JCPOA 복원을 공언했고, 이란이 미국인 수감자 석방과 별도로 우라늄 농축 작업 속도를 대폭 늦추는 등 핵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며 “이는 핵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로 보인다”고 미국 내 전망을 전했다. 핵 협상 진전에 따라 제재 강도가 낮춰질 수 있다는 뜻이어서 향후 한·이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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