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목욕탕 개조한 이 카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미향 기자]
▲ 베이커리 '카페바뇨(bano)’ ‘사회를 위한 디자인 사회적협동조합’이 20여 년간 방치한 목욕탕을 임대하여 내부 공사를 마친 후 베이커리 '카페바뇨(bano)’로 새롭게 오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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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목) 태풍 카눈을 뚫고 '사회를 위한 디자인 사회적협동조합(아래 SDC, 이사장 류종철)'에서 운영하는 '카페바뇨(baño)'가 오픈식을 열었다. 서해미술관 정태궁 관장의 '바뇨 오픈 기념 특별전시회'도 동시에 열렸다.
▲ ‘사회를 위한 디자인 사회적협동조합’ 류종철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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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철 이사장은 "버려져 폐허가 된 곳을 재생하자는 의미에서 마을디자인을 시작했다. 이것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첫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카페의 안착과 더불어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디자인하고, 관광자원이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자리,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거리와 문화·예술적 사업 등 마을을 재생할 사업을 구상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잘 되면 청년들 대상으로 디저트 경연대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목욕탕 내부를 그대로 살린 카페바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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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집 교수가 축사를 해주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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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첫차를 타고 내려왔다는 작가 김경집 교수는 카페바뇨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류종철 이사장은 소아과 의사로 정년퇴직하고) 여행 다니며 쉴 만도 한데 다시 일을 벌였다. 쉽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앞에 환히 보이는데 왜 그 길을 마다하고 힘든 일, 돈 들어가는 일, 몸까지 고단한 일을 할까. 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내 손자 손녀들이 한 뼘이라도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시니어들이 해야 될 일을 하고 계시는 거다. 시니어들이 지금 이런 일들을 해서 무슨 이익을 얻겠는가. 적어도 내 손자 손녀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모판을 짜주기 위해서다.
사실 이런 게 생각은 하기 쉬운데 벌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류 원장님을 바보라 하는 거다. 이 세상은 바보 같은 사람때문에 훨씬 나아지지는 않지만 조금은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것 같다.
20년 동안 폐허가 된 이곳 용천탕을 카페바뇨라고 의견 냈고 다행히 채택됐다. 바뇨는 스페인어로 목욕탕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에는 유명한 사회적기업 몬드라곤이 있다. 그 시작은 조선산업의 중심지 빌바오라는 도시다. 우리로 따지면 울산 혹은 거제 같은 도시다. 그런데 유럽의 조선산업이 몰락하면서 폐허가 됐고 젊은이들은 실업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렸다.
호세마리아 신부가 본 젊은이들은 마약과 도박에 젖어 있었다. 호세마리아 신부가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청년 둘을 데려다 조그마한 자전거 수리소를 만들어 주며 '이게 커지면 너희와 같은 청년들을 고용하라'는 단서를 붙여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거대 재벌처럼 커진 몬드라곤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은 그렇게 엄청난 대기업이 됐음에도 똑같이 유지 되고 있다.
저는 해미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카페 바뇨는 돈을 버는 카페가 아니라 모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모여서 작당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는 곳이다. 분명히 꺾이고 힘들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또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는 아지트로 그 역할을 다하리라 믿는다.
▲ 목욕탕 락카룸이 책장으로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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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시설물을 대부분 유지한 채 오픈한 카페바뇨에 대해 주민들과 시민들도 환영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 목욕탕 내부를 그대로 실린 카페바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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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DC는 이외에도 해미를 팥의 메카로 새롭게 부상시켜 주민소득은 물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있는 관광마을 해미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 계획이다. 나아가 지역예술인들과 기념품을 제작, 야간 관광 콘텐츠 개발과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참고로 카페바뇨는 '서산시 해미면 읍성마을4길 19-1'에 위치하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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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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