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女 결혼' 임신한 여성…한국에서 '엄마 둘' 법적 가능할까

문현경 2023. 8.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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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부(夫)를 써서 부부(夫婦), 아비 부(父)를 써서 부모(父母)라 칭하는 한국에서 동성(同性)의 배우자와 ‘세 모녀’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여성이 있다.

김규진(32) 씨는 4년 전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지난해 벨기에에서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 다음 달 경기도에서 출산할 예정이다. 어렵다는 인공수정(30~35세 여성이 1회의 인공수정으로 임신할 확률은 15%로 알려져 있다)에도 한 번에 성공했지만, 출산 이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이 양적·질적으로 남다르다. 그중 법적 문제가 얽힌 고민을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은정 변호사(법무법인 동인)와 함께 나눠봤다.

다음 달 출산 예정인 김규진씨(왼쪽)와 법무법인 동인 이은정 변호사(오른쪽)를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Q : 동성혼은 인정되지 않아 ‘비혼 출산’이 되는데, ‘사실혼 출산’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A : 이은정 변호사(이하 이 변호사)=가족관계등록부 등재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사실혼 사이라도 부(父)로 신고하면 두 사람이 혼인관계는 아니더라도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각각 엄마와 아빠로 인정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성 관계라면 가족관계등록부상 모(母)란은 하나고, 부(父)란은 공백으로 남게 된다. 부-모가 아닌 모-모(母) 관계를 창설하는 것을 아직은 상정할 수 없다.

Q : ‘비혼 출산’이지만 실제론 함께 키울 배우자가 있어 고민이 많았을 텐데.
A : 김규진씨(이하 김씨)=법적으로 한 부모가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친권이 없는 아내가 함께 아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아내는 배우자 출산 휴가 같은 것도 없을 거고, 어린이집 같은 데서 부모로 받아 줄 수 있으려나, 또 아직 제가 젊긴 하지만 혹시 제가 죽고 나면 제 딸에 대한 친권을 배우자가 가져갈 순 있을까 등. 그래서 배우자가 딸을 입양해야 하나, 아니면 성인입양도 있다는데 아내가 저를 입양하는 방식으로 할머니-엄마-딸의 3대를 꾸려볼까 하는 생각마저 해 봤다.

Q : 입양을 통해 함께 키울 수 있을까.
A : 이 변호사=김씨의 배우자가 딸을 입양하게 되면, 김씨의 배우자는 양모로서 권한을 갖게 된다. 가족관계 등록부상 모(母)에는 배우자의 이름이 적힐 것이고, 친모인 김씨의 이름은 입양관계 증명서엔 나오겠으나 아이에 대한 친권·양육권 등 모든 법률적인 권리를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갖게 된다. 다만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친양자 입양의 경우 친모와의 관계가 모두 단절되지만, 일반입양은 친모로부터 상속받는 것은 가능하다. 성인 사이에서 입양하는 것은 입양되고자 하는 사람의 친부모 동의가 있으면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나, 그렇지 않다면 법원의 심판이 필요한데 목적이 자녀 공동양육을 위한 3대 창설이라면 어려울 수 있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다르거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면 할머니가 할머니가 아니게 되는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지 않나. 아이를 중심에 두고 봤을 때 이렇게도 변할 수 있고 저렇게도 변할 수 있는 상황을 법원은 가장 우려한다.

이은정 변호사(오른쪽)는 2004년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해부터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Q : 법적 배우자가 없어도 입양은 가능한가.
A : 이 변호사=파트너십 관계가 있으면 법원에서 입양을 허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동성혼이 전면적으로 인정되거나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부모의 필요로 입양했다가, 부모의 필요에 의해 파양하는 경우를 현실적으로 종종 보게 된다. 혹시라도 파트너십이 깨져 파양한다면 아이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 가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는 법원에선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몇 년 전까지 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트렌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정정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 안 된다고 해서 앞으로 안 된다고 단정할 수도, 지금 된다고 믿을 수도 없다.

Q : 만약 배우자의 난자로 김씨가 임신을 했다면 인지청구나 친자확인 소송을 할 수 있었을까.
A : 이 변호사=인지는 남자만 할 수 있다. 인지청구소송은 과거 유전자 확인 기술 등도 없던 때 아빠임을 확인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엄마는 출산한 사람이니 엄마임을 확인하는 건 쉽지만, 남자는 출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빠임을 확인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이 때문에 아빠임을 인지하라고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자관계 존재 또는 부존재 확인은 유전자 검사로 한다. 여성이 자신이 출산하진 않았지만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려면 친자관계 존재 확인 소송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대리모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출산한 엄마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미 모(母)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난자를 제공한 엄마가 유전자 검사와 소송을 통해 존재 확인을 받는다고 해도 또 다른 엄마로 올리는 것은 어렵다.

Q : 김씨와 김씨의 딸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A : 이 변호사=아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공백 중 가장 큰 것이 결국 친권과 양육권이다. 친권과 양육권은 사실 권리라기보다 의무에 가깝다. 급한 수술 등 의료행위가 필요하다거나 교육, 유학, 여권발급, 국적변경, 사소하게는 전학 등에서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까지 오는 경우는 대개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상황이다. 공백 발생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원만하게 협의가 된다면 공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다. 본인 사후 딸의 친권에 대한 걱정도 물어보셨는데, 배우자에게 친권이 가길 원한다면 생전에 딸의 후견인으로 지정해 둘 수 있다. 가장 근접한 사람이기도 하고, 미리 의사를 밝혀놓으면 법원에서는 이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다국적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김규진씨는 지난달부터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장진영 기자

Q : 앞으로의 계획과 걱정은.
A : 김씨=실질적으로 일관된 부모, 모모의 양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적 부분을 그렇게까지 걱정하진 않는다. 입양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평소에도 실질과 형태가 다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가 아닌 아내가 할머니가 되고 이런 것은 저도 좀 꺼려진다. 법적으로 한부모 가정인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려 한다. 저희가 돈을 벌고 건강할 때까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후견인 지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보단 사회적 시선이 걱정인데, 댓글 등에서 제 아이를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걱정대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 또 앞으로 계속 새로운 대화들이 나오면서 법이나 제도도 변화할 수도 있고, 아이가 스무살이 될 때는 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우리 사회와 법원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
A : 이 변호사=가정법원에만 12년간 일하면서 변화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법원은 늘 한 발 뒤다. 사회적 변화가 앞서고, 그다음에 입법 정책이 나오고, 법원은 이를 가장 마지막으로 접하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옛날을 돌아보면, 상당한 변화가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남편 폭행이 가장 흔한 이혼사유였다면 이제는 쌍방 폭행도 많고, 이혼하면 양육권을 잃은 상대방이 아이를 못 보게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보여줘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사실 우리가 이상적이고 보편적이라 생각하는 4인 가족이란 개념도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많았고, 일부일처제는 해방과 헌법 제정 이후 처첩제가 폐지된 뒤에야 자리잡았다. 내가 살아왔던 시대를 보며 미래를 예측해선 안 되겠구나, 내가 아닌 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또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변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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