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판했다가 역풍 맞은 박용진[법조스토리]

최석진 2023. 8. 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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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탓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돌렸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저격이 사실상 '헛발질'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박 의원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관련 글 댓글에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박 의원의 이번 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댓글 중에는 박 의원이 정확한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한 장관에 대한 공격에 나선 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지만, 박 의원을 '보수의 진주', 'X맨'으로 칭하며 감사를 표하는 댓글도 있었다. 특히 그가 한 장관과 설전을 주고받으며 포털 실시간 검색 상위원에 오른 점을 축하한다는 댓글이나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고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13일 오전 11시 17분 현재 '롤스로이스男 한동훈 박용진'은 네이버 시그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사건은 지난 2일 오후 신모씨(28)가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SUV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 상태에 빠트린 사건이다. 애초 신씨를 조사한 뒤 신원보증을 받고 석방했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신씨의 몸에서 다양한 마약 성분이 검출되자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 구속했다.

신씨 석방이 대검 예규 탓?… 잘못 짚은 박용진

공방의 시작은 박 의원이 지난 11일 '민생을 향한 위협, 한동훈식 포퓰리즘'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박 의원은 해당 게시글에서 "사필귀정으로 다행히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이 구속되었지만, 이 소동이 일어난 원인은 바로 전관예우와 한동훈식 포퓰리즘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국민의 권익 운운하며 수사준칙을 바꿀 정신이 있었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시기부터 있었던 대검찰청 예규 '불구속피의자 신원보증에 관한 지침'부터 없앴어야 맞습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박 의원은 신원보증 제도가 남아있기 때문에 경찰이 신씨를 석방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책임은 관련 지침을 제때 정비하지 않은 한 장관 탓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한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박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장관은 "박용진 의원 주장은, 박 의원이 말한 대검 예규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함에도 그 내용까지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국민들께서 마치 이 사건에서 검찰이 경찰에 석방하라고 지휘하거나 일조했다고 오해하시게 하려는 허위주장입니다"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민주당 때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내용의 대검 예규는 이미 사문화됐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무관하고 ▲박 의원이 문제 삼은 대검 예규 내용은 박 의원 주장처럼 '신원보증이 있으면 구속 대상자라도 불구속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구속필요성이 없어 불구속할 경우 필요시 신원보증서 등을 받는 절차'에 대한 절차적 규정일 뿐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해당 예규 제일 앞부분에는 불구속 피의자로부터 신원보증서를 받은 것은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을 때 신원보증인을 통해 출석을 촉구하거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함인데, 지금까지 관행은 거의 모든 피의자에 대해 신원보증서를 청구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피의자를 대기시키거나 신원보증인에게 피의자의 입건사실을 알리게 돼 피의자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등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지침을 만들었다는 취지가 명시돼 있다.

또 한 장관은 입장문에서 "박용진 의원은 작년 4월에는 검수완박 강행 반대가 소신이라고 발표했다가, 정작 5월에는 슬쩍 찬성표 찍은 분"이라며 검찰이 경찰에 전혀 수사지휘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뭐든 무리하게 엮어 저를 공격하고 싶은 박용진 의원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억울하게 큰 피해 당한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이런 사건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라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음주운전 전과만 드러난 박 의원… 법조계 "잘못 짚었다" 중론

이후 박 의원은 또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장관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검찰이 경찰에 신씨 석방을 지휘했다고 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던 시절의 철지난 예규를 왜 아직도 그대로 뒀는지를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 장관을 향해 "왕자병인가?"라고도 했다.

한 장관은 다시 입장문을 냈다. 이번엔 보다 직접적으로 박 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박용진 의원은, 음주운전 처벌받고도 계속 중요 공직에 나서는 걸 보면 이 사건 같은 음주 등 약물 상태 운전에 대해 관대하신 편인 것으로 보이고, 노웅래 민주당 의원 구속영장에 대해 대정부질의시 대단히 비판적이었던 걸 보면 힘있는 중범죄자 구속에도 부정적인 편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면에서 이 '롤스로이스 약물운전 중상해' 사건에 대한 박용진 의원 주장은 본인 평소 입장과도 달라 보입니다"라고 했다.

본인 스스로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수천만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박 의원이 신씨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기존과 다른 주장을 하는 점을 지적한 것.

법조계에서는 앞서 경찰이 신씨를 석방할 수 있었던 배경이 신원보증에 관한 지침 탓이라며 한 장관에게 책임을 따진 박 의원의 공격이 '헛발질'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장관이 지적한 대로 민주당 시절 검경 수사권이 조정돼 경찰이 신씨를 체포했다가 석방해주는 과정에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데다가, 해당 지침이 신원보증이 있으면 구속할 피의자라도 석방해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구속 필요성이 없어 석방할 때 향후 불구속 피의자의 소재 파악이나 수사기관 출석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 규정인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롱 섞인 댓글·한 장관이나 국힘 지지자 응원 댓글 이어져

박 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장관을 저격한 3건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각각 수십개 내지 200개 이상의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박 의원의 음주운전 전력을 비난하는 댓글이 가장 많았다. 일부 시민은 지난 총선 때 제작된 선거 공보물에 게시된 것으로 보이는 박 의원의 전과기록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박 의원은 3건의 집시법 위반 전력 외에 200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시민들은 '음주운전 전과자가 할 말은 아닌 듯', '박 의원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니… 실망입니다' 등 댓글을 통해 박 의원의 음주운전 처벌 전력을 비난했다.

박 의원의 경솔한 처사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국회의원씩이나 되었으면 공부 좀 하고 현실법이 어떻게 자신들에 의해서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인데, 그저 한 장관 공격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신들이 바꾼 법도 모르고 애매하게 한 장관만 공격하는 구나…(중략), 국회의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인지 의문이다'라며 박 의원이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법 개정 이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 장관 혹은 국민의힘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들이 박 의원의 헛발질을 지적하며 감사의 뜻을 표현한 댓글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엄지척' 이모티콘과 함께 '너무나 고맙습니다…. 당신까지 보수의 진주일줄, 계속 X맨 잘 해주시길'이라고 적었다. '원하는 대로 실검 올라 좋겠어'라고 적거나 실시간 포털 검색어 순위를 캡처해 올린 시민도 있었다.

댓글 중에는 박 의원이 의도적으로 한 장관과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를 통해 실검 상위원에 올랐으니 목적을 달성한 것이냐고 조롱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시민은 '추하게 왜 계속하세요. 이미 예규 이해 반대로 한 거 전 국민이 다 앎. (의원님 이름 모르던 사람이 한 장관 덕분에 다 알게 되긴 함. 그러니 목적 달성 한 건가요) 저기요 불구속 원칙이람서요. 구속 안 하면서 신원보증도 받지 말라구요?'라고 썼다.

한 법조계 중진은 "한 장관이 워낙 이슈가 되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이 한 장관을 상대로 효과적인 공격을 가해 타격을 입히면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자신의 인기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 성급하게 덤벼들었다가 오히려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국감장에서 있지도 않은 한 장관 딸의 '이모'를 언급한 김남국 의원이나, 팩트 체크도 제대로 안 하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망신을 당한 김의겸 의원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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