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아홉수…‘나인엔더’ 마케팅 [경영칼럼]

2023. 8.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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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나이에서 일·학업·건강 등 큰 변화 체감
긍정적 의욕 불러일으키지만 때로는 부정적 효과

2023년 6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자 40대에서 30대로 바뀌거나, 코앞으로 다가오던 50대가 2년 후로 멀어지는 등 젊어진 나이에 흐뭇해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나이에 민감하다. 첫 자리가 바뀌기 직전인 아홉수에는 더 그렇다. 우리는 아홉수를 막연히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분명 특별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아홉수를 영어로 표현하면 나인엔더(nine-enders)다. 뉴욕대와 UCLA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아담 알터(Adam Alter) 교수와 할 허쉬필드(Hal Hershfield) 교수는 나인엔더들이 다른 나이보다 더 큰 생활의 변화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00여개 국가 25세에서 64세까지 4만200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해보니 나인엔더는 자신의 존재 의미, 인생의 목적 등을 생각하는 수준이 다른 나이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들은 일과 학업, 건강, 사회적 관계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제까지 이룬 것들을 평가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다가오는 생일 바로 전날을, 다른 집단은 나이의 앞자리 수가 바뀌는 생일의 전날, 즉 30대면 서른아홉의 마지막 날을 최대한 생생하게 상상하며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써보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아홉수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더 깊고 넓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고 잘 진행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생각하는 것이다. 아홉수의 특별함은 의미 있는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라톤 첫 완주에 성공한 사람 중 나인엔더의 비중이 다른 나이보다 48% 높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홉수 효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인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부족함을 느끼면 삶이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중년 아홉수에는 남과 비교하며 위기감을 느끼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별 자살률을 살펴보면 아홉수의 자살률이 유의하게 높다. 아홉수 남성의 경우 혼외 불륜 상대를 찾는 사이트에 가입하는 확률이 다른 수로 끝나는 나이보다 17.8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칸타(Kantar)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 밀레니얼 소비자의 44%, 여성의 37%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건강관리, 다이어트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1980년대 중반에 출생해 곧 아홉수, 40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밀레니얼세대는 중년을 앞두고 정신적, 신체적 웰빙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제품을 넘어 건강을 위한 계획과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한다. 나이키 러닝클럽은 달리기를 시작하는 초보부터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프로급 소비자까지 세밀한 트레이닝 팁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뿐 아니라 주 5㎞, 월 100㎞ 경주 등을 통한 도전의 재미를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 출산을 장려하는 공공 마케팅에서도 아홉수를 주 타깃으로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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