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박슬기 “안무작업은 춤을 더 깊게 만들어줘요”
25~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립발레단 ‘트리플 빌’ 출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의 안무 데뷔작 ‘콰르텟 오브 더 소울(Quartet Of The Soul)’이 지난달 일본 도쿄시티발레단의 55주년 기념 공연에 초청된 것이다. 이 작품은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가지고 네 명의 무용수가 각각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이 되어 탱고 음악이 가진 고독함, 관능미, 서정성 그리고 경쾌함을 표현했다.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트 시리즈’의 두 번째 해인 2016년 초연돼 호평을 받았었다. 이후 국립발레단과 삼성미술관 리움의 협업 무대에 오르는 등 국립발레단의 대표 소품으로 자리잡았다.
박슬기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무에 처음 도전할 때라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서 소재를 찾았다. 그때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춤을 출 때 그 아래 피트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서 “무용수의 몸을 악기로 치환한 뒤 움직임으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콰르텟 오브 더 소울’에 대해 설명했다.
임성남 초대 국립발레단장 시절부터 한국 발레계과 교류했던 도쿄시티발레단은 올해 55주년 기념공연 ‘트리플 빌’의 작품 중 하나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국립발레단은 도쿄시티발레단의 요청에 따라 KNB 무브먼트 시리즈에서 호평받았던 작품들의 영상을 보냈고, 도쿄시티발레단이 이들 작품 가운데 박슬기의 ‘콰르텟 오브 더 소울’을 고른 것이다. 두 차례의 공연 이후 박슬기를 비롯해 ‘콰르텟 오브 더 소울’에 출연한 국립발레단 무용수 4명은 도쿄시티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4명과 아다치 에츠코 예술감독 그리고 팬들과 교류하는 런치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슬기는 “우선 도쿄시티발레단에서 내 작품을 선택해 놀랐고, 도쿄 현지에서는 관객 반응이 뜨거워서 다시 한번 놀랐다”면서 “또한 도쿄시티발레단 상임안무자로부터 안무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받아서 쑥스러우면서도 기뻤다”고 전했다. 또 “일본 팬들이 내게 편지를 써서 주고 사인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슬기는 ‘콰르텟 오브 더 소울’을 시작으로 KNB 무브먼트 시리즈에 네 차례 참여한 바 있다. 올해도 신작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다가 개인 사정상 내년으로 미뤘다. 그는 “KNB 무브먼트 시리즈가 생기면서 안무에 흥미를 가진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처음에는 안무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움직임을 직접 만들어본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안무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KNB 무브먼트 시리즈의 작품 선발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박슬기는 아직까진 무용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에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명실공히 국립발레단의 간판 수석무용수인 그는 누구보다 자기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안무 작업을 하면서 안무가가 원하는 동작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물론 음악에 대해서도 디테일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안무 작업이 결과적으로 무용수로서의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5~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트리플 빌’은 갈수록 춤이 깊어지는 박슬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에드워드 클러그의 ‘Ssss…’, 윌리엄 포사이드의 ‘아티팩트(Artifact) Ⅱ’,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 등 세 편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각각 쇼팽, 바흐, 베토벤의 음악을 가지고 만들었다. 모던발레와 네오클래식 발레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로, 박슬기는 ‘Ssss…’와 ‘교향곡 7번’에 출연한다.
박슬기는 “클래식 발레는 정형화된 테크닉을 연마해야 하는 부담이 큰 반면 컨템포러리 발레는 안무가들이 원하는 무브먼트를 빠르게 익혀야 한다. 클래식 발레를 좋아하지만 컨템포러리 발레의 세련된 감각도 재밌다”면서 “‘Ssss…’는 발레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움직임이 흥미롭고, ‘교향곡 7번’은 공연시간 40분 내내 뛰는 느낌이 들 만큼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각 막마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이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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