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태' 김현숙 변수 됐다…"셈법 복잡" 尹 개각 딜레마
역대 대통령은 여름 휴가를 정국 구상의 시간으로 활용해왔다. 그래서 ‘여름 휴가→개각→광복절 경축사를 통한 청사진 공개→국정 쇄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만들며 하반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다잡으려 했다. 한여름은 국회도 휴지기여서 대통령이 ‘여름 개각’을 통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난 2~8일 여름 휴가를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통상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2개 부처 이상의 장관을 교체하는 ‘2+α(알파)’ 개각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산자부 장관 후보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던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터지고,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당초 예상은 모두 엇나간 상황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개각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잼버리 수습과 태풍 수해 대응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애초 교체 대상이 아니었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사태로 인해 “변수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에선 새만금 잼버리를 주관한 건 전북도라며 당장은 ‘김현숙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잼버리 파행을 통해 김 장관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국회 휴지기가 끝난 뒤 야당은 잼버리 국정조사를 포함해 김 장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가부 폐지가 윤 대통령의 공약이라 장관 교체 고심이 클 것”이라면서도 “실제 폐지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나 가능해 그때까지 김 장관을 끌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거취가 변수로 떠오르며 대통령실에서도 개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눈치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부처 개각은 최소한으로, 꼭 교체가 필요한 장관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체 장관이 늘어날수록 야당과의 인사청문회 전선이 넓어지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김 장관이 변수가 되며 개각의 셈법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내주 한·미·일 정상회담을 다녀온 이후 소폭 혹은 김 장관만 교체하는 핀셋 개각을 먼저 하고, 연말쯤 정치인 출신 장관과 수석 및 비서관을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는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며 “정해진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년 전 사업가로 근황 알렸는데…배우 이경표 별세 | 중앙일보
- 손흥민, 토트넘 캡틴 됐다..."빅클럽 주장을 맡아 영광" | 중앙일보
- 규제 때려 넣더니 돌변했다…‘웹3’ 외치는 일본이 믿는 것 | 중앙일보
- "상·하체 2등신 비율과 작별"…中여성들 홀린 '가짜 배꼽' 정체 | 중앙일보
- 제주 게스트하우스서 만난 그 남자…"여보" 부르며 7억 뜯어갔다 | 중앙일보
- '바다의 산삼' 전복값 반토막 났다…엎친데 덮친격, 어민 울상 왜 | 중앙일보
- 설악산 갔는데 금강산이었다…그곳서 원피스 휘날린 이유 | 중앙일보
- K-방산 뒤쫓는 T-방산…튀르키예 TF 칸, KF-21 경쟁자 되나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일론머스크 두 아이 낳고 결별…35세 여가수 "인생 최고 인턴십" | 중앙일보
- [비크닉] 땀띠나도 헤드폰 패션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