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 외치던 윤석열 정부, 이게 대체 뭔가

서부원 2023. 8. 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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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엉뚱한 교권보호 대책에, 휴대전화 압수 추진까지... 산으로 가는 교육 정책

[서부원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단순한 걸까, 무능한 걸까.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는 걸까. 작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육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에 일선 교사들조차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현실에 적용해야 할 교사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하기란 애초 난망이다.

시작은 거창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3대 개혁을 국정 방향으로 삼았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과 더불어 교육 개혁의 절박성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 모든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했다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기에 여론은 일말의 기대를 안고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성과는커녕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조차 온데간데없다. 연금 개혁은 아직 손도 못 댔고, 노동 개혁은 노조 탄압이 유일한 목적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건폭'으로 시작해 난데없는 '이권 카르텔' 딱지가 나붙으면서, 대화와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교육 개혁은 아예 '교육'이 빠진 채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제부처, 산업부처라는 인식을 지니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부터 예견된 바다. 내놓는 정책마다 교육의 본령에 대한 고민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교육 전문가'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납작 엎드려, 대학 입시 문제가 '킬러 문항'만 없애면 해결될 것처럼 호기를 부렸다. 그러더니 '사교육 카르텔'이 원흉이라며 조자룡 헌 칼 쓰듯 여론을 호도했다. 정작 근본적인 원인인 온존한 학벌 구조와 관련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교육과정평가원장 등 실무자들이 희생양이 됐다. 온 사회를 벌집 쑤신 듯 혼란을 부추겨 놓고도 교육부는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애면글면할 뿐, 늘 그래왔듯 '교육'은 관심 밖이다.

'사교육 카르텔'만 척결하면 교육이 바로 설 것처럼 부르대더니, 사교육 과열을 부추겨온 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은 오랫동안 교육 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의 숙의와 토론을 거친 사회적 합의였다.

교육적 가치가 충돌하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들이 버젓이 일선 학교로 하달되는 형국이다.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은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천군만마와도 같은 일부 보수 언론의 맞장구에 그들의 눈먼 칼춤은 당최 멈출 줄을 모른다.

방향타를 잃은 교육 정책은 퇴행적인 '헛발질'로 귀결된다. 이미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안마다 만만한 공격 대상을 찾아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즉자적인 대책을 마구 쏟아내는 식이다. 이 또한 보수 언론의 '자발적인 협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는 교육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교사의 교육 활동 보장을 위한 일련의 방안이다. 해당 교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건,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기성세대의 저열한 인식과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각자도생 문화다.

명색이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이렇듯 그릇된 문화를 바룰 청사진을 제시하고 여론을 환기해 사회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건 그래서다. 모름지기 교육부의 수장이라면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금언을 되새겨야 한다.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이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게 하고,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정'만 부르짖는다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에 허덕이는 참혹한 현실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은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건네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변죽만 울리는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실효성도 없고 지엽적인 데다 죄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큰 것들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다급함을 넘어, '갈라치기'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속셈이 비친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교권이 실추된 건 학생 인권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황당한 논리가 대통령과 장관의 입에서 버젓이 나왔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상보적인 관계로 여기기는커녕 대립적이고 상반된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행하는 이유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 교권 침해의 대부분은 학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인데도 애꿎은 학생인권조례에 화살을 돌리는 건 온당치 않다. 이는 이른바 '진보 교육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정작 그들은 조례의 취지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이와 함께 꺼내든 대책이 교권 침해 사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무고성 신고를 한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역량이 부족한 교육부의 한계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학교를 법적 분쟁의 장으로 내몰아 교육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만다.

'교육의 사법화'에 물꼬를 튼 학교폭력은 포화 상태에 이른 변호사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활동 중이고, 웬만한 학교마다 사안 대응을 위한 자문 변호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이젠 교권 침해 전문 변호사가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스마트폰 압수 고시? 황당한 '법 만능주의'

교육부의 무지와 무능은 지난 11일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는 생활지도 고시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통해서도 또 드러났다. 이는 많은 학교에서 조례 조항에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칙의 제정과 개정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위법이지만, 학생회장 등이 참여해 별도의 규정을 둘 수 있다. 학생 대다수도 일과 중 스마트폰 사용 규제에 찬성한다. 등교 후 수업 시작 전 걷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고, 방과 후에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별도의 고시까지 만들어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의무적으로 압수하도록 하면 교사와 학생 사이에 느닷없는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교사와 학생 간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 자꾸만 없는 법을 만들어 들이대는 게 맞는 건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단언컨대, '법 만능주의'는 교육과 상극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악마화'하는 것으로도 부족했던지, 스마트폰을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해 압수하면 해결될 거라는 단순한 발상이 놀랍다. 

교육부의 무지와 무능은 지역 교육청의 태만을 불러오고, 급기야 일선 학교의 복지부동으로 귀결된다. 모두 상급자의 눈치만 보고 관행적으로 일할 뿐 자발적인 역량을 발휘하려 들지 않는다. 교직 사회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타성에 길들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역 교육청과 학교의 태만과 복지부동을 탓할 것도 못 된다. 교육부가 정작 제 일은 못 하면서 번지수 틀린 엉뚱한 일만 늘어놓은 뒤 강제하려고 한 결과여서다. 작년부터 교사들 사이에 회자되는 뒷담화가 하나 있다. 최근 '잼버리 사태' 때 보여준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는 뜻이다.

"똥은 윗분들(교육부)이 눴는데, 뒤처리는 늘 아랫사람들(교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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