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상일고, 경기고 꺾고 결승행…37년 만의 대통령배 우승 도전
'역전의 명수' 군산상일고가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대통령배 결승에 올랐다. 1986년 이후 37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군산상일고는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경기고와의 4강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6-5로 이겼다. 이로써 군산상일고는 14일 오후 1시 열리는 결승전에서 경북고-인천고전 승자와 대통령배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군산상일고는 야구 팬들에게 '군산상고'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학교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수많은 고교 야구 스타를 배출하면서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렸고,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3회(1976년, 1981년, 1986년)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인문계로 전환하면서 '상일고'라는 낯선 간판을 달게 됐지만, 야구부의 위상은 여전했다. 주말리그 광주·전라권 전반기 2위(5승 1패), 후반기 1위(5승 1패)에 오르는 저력을 뽐냈다. 다만 올해 이마트배와 청룡기에서 모두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등 전국대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대통령배 대회에선 달랐다. 군산상일고는 광주일고, 휘문고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야구 명문 경기고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1986년 이후 처음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명성에 걸맞은 재역전극으로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군산상일고는 1회 말 박성빈의 적시타와 3회 말 이재훈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먼저 2-0 리드를 잡았다. 경기고가 5회 초 염승준의 좌월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하자 5회 말 1점을 추가했고, 8회 초 다시 1점을 쫓기자 8회 말 다시 추가 득점으로 응수해 2점 리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4-2로 앞선 9회 초 처음으로 경기고에 역전을 허용했다. 2사 후 몸에 맞는 볼 2개로 자초한 1·2루 위기에서 어준서와 김태현에게 연속 적시 3루타를 얻어 맞아 3점을 빼앗겼다. 4-5 역전패 위기였다.
심기일전한 군산상일고는 9회 말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사 2루에서 이재훈이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동점 적시 3루타를 작렬해 또 한 번 중요한 타점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경기고는 계속된 1사 3루에서 연속 고의4구로 베이스를 모두 채운 뒤 투수 정민성과 승부하는 쪽을 택했다. 결국 정민성과 최한별이 연속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정민성은 타석 대신 자신의 원래 자리인 마운드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승부치기를 위해 주자를 채운 연장 10회 초 무사 1·2루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그러자 군산상일고 타선도 끝내 결승점을 뽑았다. 10회 말 무사 1·2루 임주환의 희생번트 때 상대 실책으로 만루를 만든 뒤 2사 후 이준우가 끝내기 적시타를 쳐 3루 주자를 불러 들였다.
군산상일고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극적인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역전의 명수'는 그렇게 '역전'으로 또 한 번 드라마를 만들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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