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말 찌꺼기 쓰면 사형”…남한 말투 유행 막는 북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에서 표준어인 문화어 보호를 위해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됐다.
이 법의 조항을 통해 북한에서 유행하는 남한 말투의 양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법에 따르면 이른바 '괴뢰 말투'(남한 말투)를 사용하거나 가르치면(동법 제59조 괴뢰말투유포죄) 최대 사형에 처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 영향…남한 말투 유행 단속
북한에서 표준어인 문화어 보호를 위해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됐다. 이 법의 조항을 통해 북한에서 유행하는 남한 말투의 양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북한은 올해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 6월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 법에 따르면 이른바 ‘괴뢰 말투’(남한 말투)를 사용하거나 가르치면(동법 제59조 괴뢰말투유포죄) 최대 사형에 처해진다.
1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관지 ‘평화통일’에는 통일연구원 박영자 선임연구위원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기고문에 따르면 평양문화어보호법 제2절에는 ‘오빠’, ‘자기’ 등 이성을 부르는 호칭, ‘사장님’ 등 직책 뒤에 ‘님’자를 붙이는 용례가 박멸해야 할 ‘괴뢰말 찌꺼기’로 규정됐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북한 청년층에서 동무나 동지가 아닌 오빠가 유행했고, ‘님’을 붙이는 호칭도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제22조에서는 ‘괴뢰식 억양’을 흉내 내는 행위도 금지됐다.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억양이다.
또 ‘자녀들의 이름을 괴뢰식으로 너절하게 짓거나 손전화기, 콤퓨터망에서 괴뢰말투를 본뜬 가명을 만들어 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제23조), ‘일상생활에서 일부 기관 명칭과 부름말을 규범에 맞지 않게 제멋대로 줄여 사용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제44조)는 내용도 있다. 이는 정식 명칭을 줄여 쓰는 약칭, 온라인 공간에서 쓰는 닉네임 등도 남한의 영향으로 유행한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남한 말투의 유행에 강경한 대처를 한 것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다. 법 조문은 “괴뢰말 찌꺼기 박멸은 사회주의제도와 인민의 정신문화생활을 고수하고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대 후반~30대의 ‘장마당 세대’는 집중적인 검열 대상으로 알려졌다. 장마당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긴 지하 경제 시장이다. 즉, 장마당 세대는 부모가 비공식 경제 활동인 장마당 활동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고 자란, 자본주의를 경험한 세대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편 박 연구위원은 남한 말투가 유입되는 경로 역시 법조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을 통해 뇌물을 주고받으며 유입 ▲공중을 통해 유입된 대북 전단과 ‘물건짝’(물건의 속어) ▲해안지역을 통한 유입 ▲대외사업을 통한 유입 ▲해외 출장·방문을 통한 유입 등이다.
‘법기관과 감독통제기관 일꾼은 돈과 물건을 받거나 직권에 눌리워 또는 정실안면관계에 말려들어 괴뢰 말투를 본따는 행위를 묵인조장하거나 경미하게 처리하지 말라’는 조항도 눈에 띈다. 규율·감독기관 종사자들이 뇌물이나 친분으로 남한 대중문화 유통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