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탓'과 '카르텔 타파' 반복하는 윤 대통령, 우려스럽다

임병도 2023. 8.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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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의 원인을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이루어진 설계와 시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윤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시공 등이 전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드러나는 증거들을 봤을 때 그렇게만 책임을 돌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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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무조건 옳을까... 윤석열 정부는 되돌아봐야

[임병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8월 1일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의 원인을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이루어진 설계와 시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공식적인 국무회의에서도 빼놓지 않는다.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 (국무회의, 2023년 5월 9일) 

"전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황폐화 직전에 놓였던 우리의 원전 역량을 다시금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국무회의, 2023년 5월 23일)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 원의 국가 채무가 쌓였다. 이는 납세자에 대한 사기 행위이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 행위이다" (국무회의, 2023년 6월 13일) 

윤 대통령의 '전 정부 탓'은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듣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책임을 지기 싫다는 '변명'처럼 들린다. 

예를 들어보자. 윤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시공 등이 전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드러나는 증거들을 봤을 때 그렇게만 책임을 돌릴 순 없다. 문제의 원인은 부실시공과 전관예우 등이다. 특히 전관예우를 보면 LH에서 퇴직한 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한 경우이다. 이들이 모두 문재인 정부 인사들일까?

설사 전 정부의 문제라고 해도 현직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관리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LH의 공사 품질관리 부실 및 안전관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위험 징후에 어떻게 대응했나. 

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이라는 말도 자주 한다. 8월 1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한 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 안전을 도외시 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며 무려 일곱 차례나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카르텔'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대선 출마 선언문이다. 그는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 윤석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면서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면서 '카르텔'이라는 말만 네 차례나 했다. 

여기서 말하는 '카르텔'은 독점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제용어보다는 자신과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는 집단을 뜻하는 것처럼 읽힌다. 그래서 '카르텔을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정적을 해치우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말이지만 매일 하다 보면 옳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행여나 삐뚤어진 신념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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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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