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도 아니고 불펜도 아니고…루키는 무엇을 위해 81구를 던졌을까

차승윤 2023. 8. 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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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신인 우완 투수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김서현(19)의 81구는 과연 한화 이글스의 계획대로 나온 투구 수일까.

김서현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4회 초 구원 등판해 2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 6볼넷 2사구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경기가 이미 패배로 기운 0-7 상황 등판. 부담이 적었을 상황에도 결과가 좋지 못했다.

4회 시작부터 흔들렸다. 선두 타자 김재호에게 사구를 허용하고 호세 로하스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아 주자를 쌓았다.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은 후 김재환에게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유격수 땅볼로 1실점. 쉽지 않은 1이닝이었다.

여기까지였다면, 평가는 김서현 개인의 부진으로 끝났을 일이다. 그런데 김서현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에 달라진 건 없었다. 1사 후 허경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정수빈의 1타점 3루타와 김재호의 2루수 땅볼로 두 점을 더 내줬다. 이어 3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안재석에게 적시타를 맞고 4실점째를 내줬다.

4실점을 내줬는데 6회 투수도 김서현이었다. 첫 타자 장승현 상대로 사구를 주고 시작하더니 1사 후 폭투와 볼넷으로 흔들렸다. 이어 등판한 이충호가 책임 주자를 막아줬지만, 여전히 내용이 위태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 사진=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김서현은 엄연히 프로 선수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한 건 선수 본인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찜찜함이 남는 건 그의 등판 상황이다. 당초 최원호 한화 감독은 김서현을 11일 KT 위즈전에서 선발 등판시키려 했다. 김서현으로서는 1군 선발 데뷔전이었는데,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 선발 계획은 보류하고 구원 등판한다 예고했다.

선발 데뷔를 준비했던 신인에겐 하루 만에 보직 전환도 쉽지 않은 과제다. 구원으로 올라 1이닝 1실점으로 마쳤다면 김서현의 개인 부진으로 끝날 일이다. 그러나 구원으로 81구를 던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발 등판을 취소했던 투수가 설명과 달리 사실상 선발 투수의 투구 수를 소화한 거다.

한화 벤치로서는 롱 릴리프가 필요했던 상황이니 김서현을 부담 없는 상황에서 실험해보기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 김서현은 사사구 8개를 홈팬들 앞에서 던졌다. '혹사'라고 할 수는 없으나 김서현을 위한 길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현장을 찾았던 홈팬들에게 실망과 지루함을 안겼을 건 당연지사다.

한화는 지난해 또 다른 특급 루키 문동주를 전례 없이 철저히 관리했고, 올 시즌 문동주는 신인왕 1순위로 성장해 그에 보답하고 있다. 단순 경기 수와 이닝 수가 아니라 단계별로 1군 경험을 시켜 투수로서 문동주가 경험을 쌓게 했다. 문동주 역시 선발로 5이닝 5볼넷을 기록한 경기가 있었을 정도로 험난한 루키 시즌을 보냈지만, 8사사구를 쌓을 정도로 마운드에 머무른 경기는 없었다.

김서현의 첫 등판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한화는 다시 '원래의' 한화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1일 기준 38승 5무 52패로 삼성 라이온즈에 8위를 내주고 다시 9위로 떨어졌다. 익숙했던 10위에 있는 키움 히어로즈와는 2경기 차다. 8연승의 기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미래를 위한 계획도, 현재를 위한 전략도 한화 경기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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