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의 충고, 50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강지영 기자]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보니,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과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2023) 책 <세이노의 가르침>앞표지입니다. |
ⓒ 강지영 |
책을 읽는 초기에는 그저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만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의 인생관이 녹아 있어 읽기에 지루함이 없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병폐나 부패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해석이나 분석 비판 등이 거침없이 피력되어 있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었다.
게으르고 나태하고 남탓하고 향락에 젖어 있는 '요즘 애들'에 대한 일침은 날카로웠다. 풍요에 젖어 살면서 노력은 하지 않고 더욱더 탐욕만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을 내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사업 수완도 있었고 경제관도 뚜렷했고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도 대단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뛰어넘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꼽고 싶다.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마다 그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업을 위해서 법률 공부도 했다. 주식 투자를 위해서 주식 공부도 했다. 여러 분야에 걸친 그의 다양한 독서에 주목한다. 문학, 음악, 영화에 대한 그의 관심과 향유도 간과할 수 없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은 처세/성공전략을 위한 자기계발서이다. 중년 이후의 독자보다는 이삼십 대의 젊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이삼십 대에 읽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든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2023년 3월 2일인데 그 전에도 이미 그의 글을 접한 꽤 많은 독자가 있었다고 한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뒤늦게 책을 출판하였다. 책값도 자기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7200원으로 했고, 그 이익금도 기부한다고 했다.
'세이노'는 작가의 필명이다. 'Say no'란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의 뜻'이라고 밝혔다. 통념을 깨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편견을 갖지 마라 등으로 읽힌다. 책의 '서문' 앞에 '세이노는 누구인가?'에 나온 그의 소개를 보면 그는 한 마디로 자수성가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공통된 특성이 가난인데, 그는 의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사망하면서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다. 고교시절부터 사업을 했으나 실패 후 복학하여 고교를 4년 만에 졸업하고 공군에 입대하였다. 제대 후 영어 공부에 몰두하여 미8군 내 메릴랜드대학 분교에 입학하였다.
학비를 벌고자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하여 과외 교사와 입시학원 등을 했다. 결혼 후에도 일과 공부에 몰두하였다. 의류업, 정보처리업, 유통업, 무역업 등으로 자산을 모았다. 그 자산을 외환투자, 부동산경매, 주식 등으로 증대시켰다.
"내가 돈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고? 웃기지 마라. 나는 내 인생 자체의 중요성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다. 돈은 내 인생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었고, 수없이 넘어지면서 그저 게임의 방법을 체득하여 획득하였을 뿐이며 그 비결은 세상 사람들이 최고로 여기는 그런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세이노의 가르침> p.672
"나는 대단한 애국자도 아니고 검소하지도 않으며 사는 모습도 이른바 '국민정서'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치열한 실전을 치러 온 경험자로서 구체적인 길을 알려 주기 위함이다." - <세이노의 가르침> p.689
이렇듯 세이노는 1955년 출생한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젊은이들에게 전수해 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쥬로 여기며 독서, 음악감상, 영화감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이노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채로 나왔다. 나는 라디오로 들었다. 이렇게라도 대중 앞에 나선 이유를 묻는 앵커의 말에 세이노가 한 말은, 얼마 전에 있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50억 퇴직금을 준 사실을 뉴스로 듣고 분노했다고 한다.
자기는 책에서, 싫은 것을 더 하는 게 노력이다. 노력하면 반드시 대가를 받는다. 다만 그 대가는 천천히 온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곽상도 의원 아들에 대한 50억 퇴직금이 무죄라는 판결은 자기가 젊은이에게 보낸 그간의 메시지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데이원, 2023) 책 <세이노의 가르침>뒷표지입니다. |
ⓒ 강지영 |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직후에 내가 한 일은 적금통장 개설이다. 한동안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퇴직금 덕택에 '마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안도감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하고 있는 나를 돌이켜 보고 정신이 들었다.
이 책의 어느 쪽에선가, 종잣돈을 모으고 싶다면 전쟁에 난 피난민처럼 살라는 대목이 기억난다. 웃음이 빵 터졌다. 그 정도로 절약하며 살라는 얘기일 터이다. 지금 우리는 소비가 미덕인 사회를 살고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저축을 미덕으로 살 것이다.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에 그가 전하는 한 마디는,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이다. 그만큼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피 튀기듯 노력하라는 인생 선배로서의 충고이다. 기꺼이 받아들인다. 얼마 전, 김포 장능에서 산책하였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한 줄기 볕뉘가 비쳤다. 이 책은 나태해지려는 나의 삶에 한 줄기 볕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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