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男 "32살에 징역 20년은 너무 많다"

"재판부, 여론 의식해 제대로 재판 못해"
불우한 과거·심신 미약 내세워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받은 것에 불복해 대법원에서 "32살에 징역 20년은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돌려차기 남성 A씨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2심 재판부에서는 언론, 여론 등에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지 못했다, (여론) 의식을 많이 해서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고 적었다.

사진출처=SBS 방송 화면 캡처

그는 "묻지 마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강간을 목적으로 여성을 물색한 게 아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사건 당시 정신질환 약을 먹고 술에 만취한 상태여서 자신을 쳐다보며 뭐라 하면서 욕을 하는 듯한 말과 환청을 들었다. 환청을 듣고 순간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일 뿐 살인 고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심신미약 상태임을 강조했다.

"폭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았다. 범행 장소에 CCTV가 있고 조명이 밝은 상시 개방된 곳인 점을 고려하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재판부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앞서 항소심 반성문에서 "소견서 한 장으로 (피해자가) 장애라는 임상적 판단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의 피해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피해자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고 하지만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등의 행동을 보면 기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내세우기도 했다. "어린 시절 모친의 가출로 정상적인 훈육을 받지 못해 불우한 성장 과정을 보냈다"며 "제 나이 32살에 징역 20년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이 형량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SNS를 통해 "피해자라는 게 왜 이렇게도 힘든지 어디까지 가야 끝인가. 일하다가 보게 된 이유서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처량하다"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