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정치·스포츠…경제학의 ‘벽’ 무너뜨려 [홍기훈의 ‘세계를 바꾼 경제학걷히다 고전’] (11)
레빗은 범죄,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특색 있는 경제학 주제에 대한 6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괴짜 경제학’ 또한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괴짜 경제학’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 그의 연구 결과들은 그의 유명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레빗은 감옥의 밀도, 경찰 채용, 도난 차량 복구 시스템, 낙태의 법적 상태가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이 경제학자들이 흔히 연구하지 않는 주제들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의 연구 중 가장 유명한 연구는 2001년에 나온 ‘합법화된 낙태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이다. 레빗은 이 연구에서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후 범죄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낙태의 합법화가 1990년대의 범죄율 감소 원인 중 거의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논리를 펼쳤다. 연구 결과는 당연하게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레빗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노휴(논문의 공저자)와 나는 낙태의 합법화로 인해 살인 사건이 약 5000건 혹은 1만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태아를 사람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끔찍한 타협일 수 있다. 결국 우리 연구는 범죄가 왜 감소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낙태 정책을 펼칠 때 우리의 연구를 기반으로 의견을 형성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다.”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2003년에, 테오도어 조이스는 낙태 합법화가 범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도노휴와 레빗의 결과를 반박했다. 이에 2004년에 레빗은 조이스의 주장이 누락 변수 오류를 반영하지 않아 잘못됐다고 재반박했다. 2005년, 크리스토퍼 풋은 레빗의 2001년 논문의 결과는 통계적 오류 때문이며, 낙태는 폭력 범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2006년, 레빗은 원래 논문에 대한 오류는 인정했지만, 풋의 수정안에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원래의 오류를 수정하더라도, 낙태와 범죄 간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주장했다.
2019년, 레빗은 기존의 2001년 논문의 결과를 추가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검토했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범죄가 1997년부터 2014년 사이에 약 20% 감소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낙태의 합법화로 인한 것이다. 낙태 합법화의 범죄에 대한 누적 영향은 대략 45%로, 이는 1990년대 초 범죄의 정점에서 대략 50~55% 정도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레빗의 2001년과 2019년 논문 결과는 괴짜 경제학 팟캐스트에서도 다뤄졌다.
경제학은 대체로 국가의 재정 정책, 기준금리, 자유무역협정 등 복잡한 이론과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학문으로 인식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경제학이 현실 사회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괴짜 경제학은 이런 경제학의 개념을 실제 생활에 대입해 쉽게 풀어내어 보여준다. 이 책은 경제학이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합리적 선택, 경제적 인센티브,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기본 개념을 현실 사례를 통해 재해석하며, 독자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은 여섯 챕터로 나뉘어 있다. 이를 핵심 경제학 개념으로 요약하면 ‘경제적 인센티브’ ‘정보의 비대칭성’ ‘행동 편향과 비합리적 의사 결정’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사람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손해를 피하려는 원리를 말한다. 레빗은 이 원리를 통해 사람의 행동은 가치 판단보다는 이해관계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교사들이 학생 시험지를 부정하게 바꾸는 사례를 예로 보여준다. 교사들은 학생의 성적이 낮으면 자신들의 직업을 잃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했을 때, 부모들의 지각은 더욱 심해졌다. 이는 벌금이 부모의 죄책감을 줄여주는 면죄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레빗은 사람의 행동은 도덕적 가치 판단보다는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며, 충분한 이익이 있다면 누구나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의 차이를 의미한다. 레빗은 이를 통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에 대한 예시로, 1920년대 미국의 KKK가 정보 비대칭을 통해 큰 권력을 행사했던 사례를 보여준다. 내부 고발자가 그들의 비밀과 암호를 폭로함으로써 KKK의 권력은 사라졌다. 이처럼 정보의 비밀주의를 파괴함으로써 권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적용된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음으로써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집의 하자를 감추거나, 표현을 왜곡해 이익을 추구한다. 이처럼 변호사나 의사 등 상대방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마련이다.
세 번째 주제인 ‘행동 편향과 비합리적 의사 결정’은 우리가 언제나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사회 통념이나 정보 부족으로 인해 종종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여주는 예로 1980년대 미국의 마약 딜러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은 마약 딜러들이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중 극소수만이 큰돈을 벌고 대부분은 최저시급 수준의 수익을 얻을 뿐이었다. 또한, 마약 딜러 4명 중 1명은 거리에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마약 거래에 참여했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암호화폐 등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는 사람들의 행동과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레빗은 사람들의 행동이 편향돼 있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며, 생각보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지 못한다’라는 쉬운 표현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주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우리는 종종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합리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지 못한다. 레빗은 이런 사실을 설명하면서 경제학적 개념과 통계적 분석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 현상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통계학이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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