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분기 경제 4.9% 성장…서방 제제에도 1년 만에 반등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러시아가 점차 국제 제재에 적응하면서, 내년에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쇼핑몰 환전소 앞에 루블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통계청은 러시아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GDP는 지난해 2분기 -4.5% 감소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통계는 블룸버그가 사전에 진행한 설문 조사의 예상치인 3.9%보다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가 장기 침체를 겪을 것이란 전문가의 예상을 뒤집었다. 국방비 지출 증가로 산업 생산이 증가했고, 사회적 지원 관련 지출이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수요도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BCS파이낸셜 그룹의 나탈리아 라브로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올해 2% 성장률을 기록하고 내년 중반에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군 징집을 확대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징병 연령 상한을 27세에서 30세로 상향 조정하고, 징집 통지를 받은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노동력 부족의 영향을 줄이고 경제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선별적인 징집을 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압박도 커지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25% 하락하며 현재 1달러당 100루블에 육박하는 상태다.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라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달 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8.5%로 인상했다.

대외 무역 여건도 악화한 상태다. 수입은 그대로지만,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의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도입 등 에너지 수입규제로 수출액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